론스타, 외환銀 '클레인 카드' 속내는?
론스타, 외환銀 '클레인 카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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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 을지로 본점
투자금 87% 회수…매각추진 가능성 
"정부 상대 '견제 카드'" 해석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차기 외환은행장에 래리 클레인 전 글로벌파이낸셜 서비스 대표가 내정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리처드 웨커 은행장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의 전격 교체라는 점에서 '클레인 카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난 12일 차기 외환은행장에 래리 클레인 대표를 내정하고, 리처드웨커 현 행장은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클레인 내정자는 오는 31일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뒤 외환은행장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클레인 내정자는 은행 경영에 집중하고, 웨커 행장은 외환은행의 M&A 작업과 리스크관리 측면에서의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금융권은 일단 래리 클레인 내정자의 다양한 경험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에 주목하고 있다.

클레인 내정자는 지난 2007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지명되기도 했으며, 월트디즈니(부사장), 도이치방크(상무), CVC캐피털파트너스(고문) 등 다국적 기업에서의 업무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0년도에는 캐피탈원파이낸셜에서 국제업무, 국내소매업무, 예금, 그리고 전략적 M&A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다.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 2006년 국민은행, 2007년 HSBC 매각추진 과정에서 번번히 '법적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론스타의 '클레인 카드'는 국내 매각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견제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투자자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시중은행은 물론,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자산건전성'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등장한 만큼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KB금융지주도 당분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현 금융시장 여건상 달러조달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지난달 배당 포함, 총 투자금(2조1548억원) 가운데 87.3%(1조8809억원) 가량을 회수한 만큼 51.02%의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가격에 크게 미련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론스타로서는 법적 불확실성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졌다"며 "론스타가 가격에 미련을 갖지 않을 경우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예상 외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5800원대로 지난해 9월 HSBC와의 계약파기 때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2005년 외환은행장 취임 이후 4년동안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던 웨커 은행장은 남은 임기 1년동안 해외 매각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웨커 행장의 퇴진이 M&A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의 협상 때는 법적 불확실성이, HSBC와의 협상파기는 금융위기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책성 인사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웨커 행장 역시 지난 2007년 로버트 팰런 전 이사회 의장이 물러난 이후 2년동안 은행장과 이사회의장직을 겸임하면서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직의 분리 필요성을 론스타측에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웨커 은행장이 자발적으로 사퇴한 만큼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라며 "지난 4년간 외국 생활에 대한 피로감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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