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동결…유동성함정 진입?
한은 금리동결…유동성함정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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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함정 진입 우려…'장기전' 포석
"금리인하 약(藥) 아닌 독(毒)" 주장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2.0%로 5개월만에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끌어내린 바 있다.

3월 한은의 금리동결 조치는 금리인하가 자칫 환율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데다, 환율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금융시장이 이미 유동성함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12.0% 늘었지만 전월(13.1%)과 비교해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2월 M2가 11%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 경기위축 우려에 따른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향후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정책과 상반돼 자칫 한계기업들의 수명만 연장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금융시장의 경우 금리인하가 통화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동성함정에 진입해 있다"며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금융권에서 자금이 돌고 있는 것은 MMF 증가세만 봐도 알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단기투자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은 지난 10일 현재 123조5374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대비 두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확대가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 역시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업들의 신용위험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월말 국내 18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28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1천억원 늘었지만 당국의 기대치인 월평균 5조원에는 한참 못미친다.

금리인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저금리를 활용한 한계기업의 수명만 연장시킬 수 있으며, 결국 건전한 기업들도 함께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또, 미국의 '제로금리'를 좇는 금리인하 기조가 자칫 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하는 한편, 물가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통화량이 급격히 증발해도 인플레이션 우려만 높아질 뿐 자국 통화의 급격한 절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반면, 원화가치 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대외채무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구속중인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도 최근 옥중 보고서를 통해 "수출부진 및 외국인 자금이탈 등에 따른 환율불안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증가시키려는 발상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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