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가능성, 2005년 이미 제기
美 금융위기 가능성, 2005년 이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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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안일함 금융업계 자만으로 묵살

미국 금융 규제당국 일각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품 판매와 복잡한 금융파생상품 판매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많은 당국자들의 안일함과 금융업계의 자만으로 인해 묵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금융감독기관들의 행정 문서에 대한 AP통신의 검토 결과에 의하면 2005년 재무부 통화감독청(OCC)이나 연방저축기관감독청(OTS)의 일부 관리들은 위험 부담이 높은 대출 상품의 판매에 대해 새로운 규제 도입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에는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에 대한 신종 모기지 상품 판매 제한이나 대출자가 실제로 집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은 물론, 위험 부담이 높은 모기지에 대한 상한선 설정도 포함돼 있었다.

모기지 채권을 함께 묶어서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투자자에게 정확한 상품 구성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나, 은행이 모기지 대출자에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및 원금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공지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안됐다.

당국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모기지업계 일부에서도 규제당국이 모기지 업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소득층 대상 모기지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캘리포니아 재투자 연맹' 역시 2006년에 공격적으로 판매되는 모기지로 인해 "파산이나 채무 불이행, 압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기지에 대한 새로운 규제장치 도입 필요성에 대해 OCC와 OTS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약 1년 동안 논쟁만 벌였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들 규제기관 사이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서 규제는 마련되지 못했다.

게다가 인디맥이나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리먼브러더스 같은 금융기관들은 당시에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혁신을 저해한다"거나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시장의 자율을 통해 위험 요인이 통제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이끌던 FRB가 대출에 대한 강한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점이나 모기지 시장을 강하게 규제하면 일부 금융업자는 물론 대출자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다른 규제당국의 우려도 금융위기의 '사전 예방'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요인이 됐다.

결국 모기지 시장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빠뜨렸고, 인디맥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은 파산하거나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제프리 브라운 전 OCC 부청장은 규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을 "구식 감독당국"으로 취급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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