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잔데’中企 지원하라?
‘내 코가 석잔데’中企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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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은행권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정성은 물론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사지'에 내몰고 있다며 은행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선은행들이 돈을 제때 푸는지 걱정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은행이 더욱 더 냉랭해진다"면서 "정작 필요할 때 안면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 등의 발언을 수차례 쏟아내며 중소기업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은행들을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암행어사식 조사'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은행의 중기 대출 실적에 따라 은행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은행장 인사를 통해 압박하겠다고 나섰다.

여론들도 무리한 규모확장으로 어려움을 자초한 은행들에 지난 두달 동안 온갖 지원을 해줬으니 그만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들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중소기업이 무너지게 되면 결국 은행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은 은행으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은행들이라고 할말이 없을까

올 3분기 시중은행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은행 건전성에 대한 수치들은 심각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BIS 비율은 10.79%(이하 바젤Ⅱ 기준)로 6월 말에 비해 0.57%p 하락했다. 바젤Ⅰ기준으로는 10.61%로 6월 말에 비해 0.94%p 떨어졌다. 부실채권비율(3개월 이상 연체)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향후 은행권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부동산PF, 키코, 가계대출 등 기업과 가계의 부실 등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신중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은행의 돈은 고객들이 맡긴 돈이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대폭 투입된 현 상황에서 은행들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촉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건정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에까지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막무가내식 은행때리기보다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를 파악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한 자본 확충이 우선시돼야 하며 이에 후행해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연기금들이 은행 자본 확충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 이후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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