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회사, 과당경쟁으로 경영악화
부동산신탁회사, 과당경쟁으로 경영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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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대비 영업수익 28% 줄어
부동산악화, 신규업체준비등 '우려'
 
[서울파이낸스 황인태 기자] <bins@seoulfn.com>장기간의 부동산 경기침체와 과당경쟁으로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동산 신탁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상당수 업체들이 잇따라 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하면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경쟁은 더욱 과열양상을 띌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신탁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4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8%p 줄었다. 신탁업을 겸영으로 하는 은행권의 영업수익은 171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7.5%p 감소했고, 부동산신탁회사의 영업수익은 2148억원으로 2.1%p 줄었다.
 
이처럼 신탁업을 겸영하는 은행권과 부동산신탁회사의 영업실적이 감소한 것은 경쟁이 심화되자 업체들이 신탁보수율을 낮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토지신탁 3분기 매출액은 269억78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9%p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2억11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46.0%p 감소했다. 또한 KB부동산신탁은 6월말 현재 영업이익은 16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42.3%p 줄었고, 순이익은 113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39.2%p 감소했다.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2%로 작년 상반기보다 3.6%p 떨어졌다.
 
수익성악화는 수수료인하만이 아니다. 부동산 신탁회사들의 밥줄인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 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들의 부실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산업보고서를 통해 "시공사들이 PF 유동화를 통해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상환부담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우발채무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의 채무위험이 커질수록 신탁회사들은 할일이 적어지는 셈인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경우 원리금 상환이 주택 분양,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의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에 연계돼야함이 원칙이나, 주택경기 침체시 연대보증이나 채무 인수한 시공사의 지급능력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힐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만기가 단기인데다 CD금리에 연동되며 저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지난 3~4년간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미분양이 증가하며 단기적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급격하게 부실위험이 커졌다. 더욱이 내년 4조 5000억원이 집중돼 있음에도 경기침체로 인한 만기연장이 시행되며 내년의 만기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잠재된 위험요소만 아니라 운영자금 부족과 미분양 주택증가로 인한 공사대금 부족으로 부도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건설회사의 부도 회사 수는 29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건설업체의 0.52%밖에 안되는 수치지만 문제는 지난해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에 신탁사들의 경영 여건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는 의뢰받은 부동산을 개발, 관리 또는 처분한 후 그 이익을 의뢰인에게 돌려주거나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금전을 위탁받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악화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시장에 신규업체까지 진출준비를 하고 있는 것. 10월 말 현재 운영중인 부동산 신탁회사는 모두 9개로 최근 농협ㆍ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부동산신탁, 지이자산운용, 새한자산운용 등 4개 신규 회사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민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금융기관들이 신탁사 설립을 준비중에 있어 이들의 예비인가가 허가될 경우 순위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동산신탁회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주택증가로 부동산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업체진출은 기존업체로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신규업체들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사보다 낮은 약정보수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우며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대응에 나서면서 업계 신탁보수율은 법정보수율의 50%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 전문가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이 부동산신탁업 진출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신탁업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라는 변수와 과밀한 진출로 인한 경쟁으로 기대만큼의 신탁업진출의 시너지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신탁업진출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부동산신탁업협회는 시장진입을 무조건 허용할 것이 아니라 우선 공기업을 민영화 시킨 후 그 결과에 따라 신규 설립을 허가할 방침이다. 신규신탁회사가 설립되면 민영화 대상인 공기업이 헐값에 매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업협회 관계자는 "민영화할 기업을 먼저 처리후 허가하는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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