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항소심 재개···삼성전자 '또 사법리스크'
이재용 회장, 항소심 재개···삼성전자 '또 사법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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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 의혹 항소심 공판준비기일 27일 열려···1심은 전부 '무죄'
반도체 리더십, 신사업 경쟁력 확보 위한 이재용 회장 역할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 첫 재판이 27일 열린다. 이에 따라 갈 길 바쁜 삼성전자에 또 다시 사법리스크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3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는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 확인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이 회장이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2월 5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의 이 같이 판결하면서 항소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1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사실상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심이 판결까지 3년5개월 가량 소요된 만큼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더하면 4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앞으로 4년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1심 무죄 선고 이후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반도체 EUV 장비 부품 공급 기업인 자이스의 독일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대표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항소심 재개 전날인 26일에도 이 회장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현지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리창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에서 19년만에 이 회장과 한국에서 만났다. 리창 총리가 국내 기업인을 만난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이 재개되면서 법원 출석 기간이 늘어난 만큼 대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위기설이 제기된만큼 고객사 확보를 위한 이 회장이 대외 경영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 미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외신으로부터 삼성전자 HBM3과 HBM3E가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테스트 관련 소식은 루머에 그쳤으나, 삼성전자 HBM3E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최근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HBM4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동맹군 구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언급된 대형 M&A 요구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형 M&A에 대해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하지 못했으나, 스타트업은 200개 이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사바리, 아포스테라, 카레시스, 플럭스, 룬 등 전장 관련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M&A를 진행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 대형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 요구가 거센 만큼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속도감 있는 M&A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17년 국정농단 이후 약 7년 동안 그룹 오너가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삼성전자의 신사업 경쟁력 확보도 더뎌지고 있다"며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고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재용 회장의 역할도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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