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부터 총수 거취까지'···올해 주총 시즌 막 오른다
'경영권 분쟁부터 총수 거취까지'···올해 주총 시즌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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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9일까지 주요 기업 정기 주총 개최
한미약품·금호석화 등 경영권 분쟁 '주목'
삼성·포스코·대한항공 '회장님 엇갈린 행보'
'개미, 직접 움직인다'···존재감 커진 행동주의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다음달부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는 경영권 분쟁과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 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 등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은 다음달 20일부터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의 주총분산 자율준수프로그램에 따르면 3월 20~29일 사이에 기업들의 주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경영권 다툼이 정점에 이르거나 연장선상에 있는 제안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23일 열린 롯데알미늄 주총에서는 '물적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을 두고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형제가 갈등을 벌였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말 양극박 및 일반박 사업 부문을 분할해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로, 캔, 연포장, 골판지, 생활용품, PET병 사업 부문을 분할해 롯데알미늄피엠주식회사를 분할 신설회사로 설립하는 내용을 공시하고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신동주 회장은 해당 안건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정관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물적분할을 두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갈등을 벌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 77%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의 지분 50.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15년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과 신동빈 회장 해임안을 매번 상정하지만 표결에서 패배했다.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도 주총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들 형제는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경영권 장악이라는 사익을 위해 통합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한 셈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유감의 뜻을 표했으나 발행 주식의 3%가 넘는 주주의 제안인 만큼 올해 주총에서 표결을 다툴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밖에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그룹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15일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제안했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의 지분 8.2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장인화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사진=포스코)
장인화 포스코 차기 회장. (사진=포스코)

◇ 삼성전자·포스코·대한항공···명암 엇갈린 '회장님'

그룹 회장의 거취가 엇갈리는 회사들도 있다. 다음달 20일 주총을 여는 삼성전자는 당초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책임경영 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검찰이 항소하면서 등기이사 복귀는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번 주총 안건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이 제외됐다. 대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전 한국로봇학회장이 신규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장인화 신임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 예정돼있다. 이와 함께 주총장에서는 올해 초 호화 이사회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사회에 대한 성토도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주총에서 장인화 회장 포함 사내이사 3명을 신규 선임한다. 여기에 임기가 끝난 이사 3명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상정돼있다. 앞서 박희재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임기를 1년 앞두고 자진 사임했다. 

다음달 21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메가캐리어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또 주주배당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주주들의 신임을 얻고 있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CI.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CI. (사진=삼성물산)

◇ 존재감 커진 행동주의 펀드

한편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15일 주총에서 시티오브런던 등 소수주주가 제안한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보통주, 우선주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 배당 안건을 상정한다.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의 전체 지분은 1.46%로 증권가에서는 해당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2023년뿐 아니라 2024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박철완 금호석화 최대주주도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올해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다. 또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 차기 사장 선임을 두고 내부 출신 사장 후보가 2명 포함된 것에 반대 의견을 전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오너 중심의 국내 경영환경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행동주의펀드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여 주주로 등재된 이후 의결권 행사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하여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그 특징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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