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원·성과급 50억원"···정비사업 종료에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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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월급 외 성과급 서울 아파트 한 채 값···50억원 거론된 곳도 나와
'재건축의 신', '스타 조합장'···사업 속도와 성패 달려있어 너도나도 '모시기'
사업 초기 발로 뛰고 개인 비용 투자, 사업비 조달, 분쟁·소송 대처 등 업무 多
업체 선정 등 막강한 권력 탓에 금품 수수, 배임·횡령 등 비리 연루 가능성도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과거 신반포1차 재건축(아크로리버파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스타 조합장' A씨도 자신을 포함한 임원 10명에게 성과급으로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사업을 이끄는 조합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합원 간 분쟁과 민·형사 시비를 대처하고, 일정대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어느정도 자기희생도 필요한 자리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비리 등에 연루되기 쉽고, '억 소리'나는 성과급에 대한 비판 여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동작구 최대 규모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서 조합장 성과급으로 아파트 한 채(전용 84㎡)를 지급하자는 총회 안건이 올라와,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졌다. 이 단지의 84㎡ 조합원 분양가는 11억~13억원대로 추정된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이 토지 소유권 확보를 위한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사업을 착공 단계까지 끌고 간 점 등을 이유로 조합장 성과급 지급에 찬성하고 있다. 주변에 무산된 사업이 많은 가운데 착공까지 이끈 성과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은 준공·입주까지 4년이나 남은 시점에 성급한 결정이며, 이미 급여로 충분히 보상받고 있는데 아파트 한 채가 성과급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비사업 조합의 성과급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서울 동대문구 용두 5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지난해 조합장에게 성과급 12억원 또는 전용 84㎡ 보류지 배정 등을 지급하는 안건을 해산총회에서 의결했다. 반대가 거세 무산됐지만 최근 경기 안양재개발조합장 성과급으로 50억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과거 신반포1차 재건축(아크로리버파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스타 조합장' A씨도 자신을 포함한 임원 10명에게 성과급으로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조합장의 연봉은 수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업계에는 일명 '재건축의 신', '스타 조합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조합장에 따라 사업의 속도가 달라지고 심지어는 사업 성패까지 달려있어 조합들은 이들을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큰 보상 뒤에는 그만큼의 노력이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우선 조합장은 사업 초기에 금전적·육체적 희생이 불가피하다. 주민 상대로 이뤄지는 설문 조사와 홍보물 제작 등 작업을 직접 진행해야 하고 여기에 자기 비용을 투입하게 된다. 초기에는 사업 주체도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있어 사업비 대출도 쉽지 않다. 이후 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 시행사가 없는 경우 조합이 직접 수백억~수천억대의 사업비도 조달해야 한다.

또 특히 용역계약 과정에서 사실상 강제 받는 '연대보증'도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해 경남의 재건축조합 임원 10명은 건설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2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조합과 건설사가 계약을 맺을 당시 연대보증을 요구해서 응했던 게 화근이었다.

이처럼 늘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조합이 비리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지만, 무혐의 사례로 밝혀지는 곳도 적지 않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2003년 제정된 이래 2022년까지 19년 동안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1만9267건이다. 2022년 정비사업(2981개)에 단순 견주면, 사업장 하나마다 고소·고발 사건이 평균 6.4개다. 이중 실제 기소된 건 16%(3031건), 불기소(혐의없음)는 57%(1만1057건)으로 훨씬 많다. 이 같은 고소·고발은 조합원 간 분열로 자주 일어난다.

부산 기대주로 평가받던 범천1-1구역은 지난 3월 총회에서 조합장을 해임시켰는데, 조사 결과 브로커 세력이 유입돼 수개월간 조합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확산하고 결국 투표 참석 숫자까지 조작하는 불법 총회까지 열어 해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해임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효력 정지' 판결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무죄를 증명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다.

아울러 억대 연봉과 성과급은 주목받는 대단지 사업장 등 소수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조합장 66.7%는 3600만~4800만원을 연봉(세전)으로 받았다. 협회가 제시하는 조합장 표준급여는 연봉 최대 6000만원 수준이다.

7년 전 서울 한 재개발 구역에서 2년간 조합장을 맡은 A씨는 "통장을 하다가 추천을 받아 조합장을 맡게 됐는데, 2년 동안 들어온 월급보다 개인 비용으로 쓴 돈이 더 크다"며 "특히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들인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월급만으론 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곳 재개발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아울러 금전적 보상이 적어지면 이는 결국 조합 비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도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용역·시행·시공사로부터의 금품 수수, 배임·횡령, 이를 위한 부정 선거 등이 있다. 조합장은 업체 선정 등 사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과거부터 금품 수수 관련 비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조합 비리가 만연한 원인으로 제도적 한계를 꼽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보니 유착과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라며 "처벌 수위보다 불법 행위를 통한 이익이 크기 때문으로, 민간사업이라도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공이 개입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은 민간의 영역인 탓에 공공이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인맥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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