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上] 천혜 자연서 키운 제스프리 "1등급 키위만이 한국으로"
[르포上] 천혜 자연서 키운 제스프리 "1등급 키위만이 한국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키위 시장 제스프리 점유율 80%···2025년 매출 3조6천억 목표 
육종센터→재배→힐스연구소→팩하우스 제스프리 시스템 구현
4월중 유전자조작 없는 100% 자연교배 '루비레드키위' 한국서 선봬
제프 로드릭 키위 재배 농가 (사진=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타우랑가/뉴질랜드) 이지영 기자] "새로운 품종의 키위를 개발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약 20년 정도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개발하는 종류를 늘리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상용화 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습니다. 연구 과정은 기존의 품종이 갖는 일부 특성을 유전적으로 배합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제스프리(Zespri) 키위 육종 센터의 사라 히키(Sarah Hickey) 농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의(Grower Engagement Manager)의 전언이다. 

제스프리는 키위 신품종 개발 및 품질관리 제스프리 키위의 공급과 유통·마케팅을 관리하고 있다. 생산자와 도매·소매 유통 협력사 및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일년 내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키위를 만들어낸다. 

뉴질랜드 마운트 마운가누이에 본사를 둔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세계 키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에서 현재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와 과거에 키위를 재배했던 농가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형 조합이다. 뉴질랜드에서 재배된 키위는 모두 '제스프리' 브랜드를 달고 수출된다. 

제스프리는 전세계 50여개국에 프리미엄 키위를 판매해 2021년 기준 NZD(뉴질랜드달러) 40억 달러다. 환화로 3조2900억원(2023년 4월 9일 환율 기준)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2025년까지 3조6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한국 키위 시장에서 제스프리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2022년 기준 매출은 약 2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한국은 전세계 제스프리 키위 수출국 가운데 중국·일본·스폐인이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제스프리는 전 공급망에 걸쳐 최상품 키위를 전 세계에 고르게 공급하기 위해 통합 품질 관리 시스템인 생산, 포장, 운송 및 판매에 이르는 일명 '제스프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키위 육종 센터(Kiwifruit Breeding Centre)는 제스프리와 플랜트앤드푸드리서치(Plant & Food Research)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키위 연구소다. 키위 품종 개발,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건강한 과일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최첨단 기술과 자연 육성 기술을 이용해 제스프리가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키위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4월 국내에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신품종 '루비레드키위'도 여기서 개발했다. 루비레드키위는 4월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해, 약 한 달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시즌 과일이다. 유전자 조작 없는 100% 자연교배를 통해 개발한 품종으로 루비처럼 선명한 붉은 과육과 천연 베리류 과일의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제스프리의 기존 키위 품종에 비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루비레드키위 (사진=이지영 기자)

기자가 지난 3월6일 방문한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타우랑가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플렌티만(Bay of Plenty) 테푸케(Te PuKe) 지역에 위치한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의 키위 농가에는 수확을 앞둔 키위들이 가득했다. 키위나무가 태양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바람을 막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밭 주변에는 '캐노피'라고 불리는 방풍림을 식수했다.

농장에서는 루비레드키위와 유기농 썬골드키위·유기농 그린키위 등 상품화 직전 최종 단계의 품종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현재 1헥타르 당 1만8000 트레이를 수확하고 있다. 수확을 위해서는 힐 연구소에서 테스트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 테스트에서는 재배 중인 키위의 건물중(생물체에서 수분을 제거한 후의 무게)·껍질(총 800개의 농약 검사) 검사 등을 진행한다.

수 그레네월드 제스프리 농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유기농 품종을 취급하는 농가는 토양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아야 재배 가능하다"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껍질의 농약 잔류 테스트는 걱정 없지만, 전지(가지치기) 작업을 더 자주 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프 로데릭 농가는 2016년부터 루비레드키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루비레드키위는 타 품종 대비 모든 프로세스가 한 달 정도 더 빨라 현재 수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루비레드키위의 국내 출하 시기는 4월 초다. 썬골드·그린키위의 국내 출하 시기는 4월 말이다. 뉴질랜드의 키위 시즌은 남반구의 겨울인 6월부터 8월 중 키위나무를 가지치기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키위나무는 9월에서 11월 사이 다시 자란다.

이 기간 벌을 통해 키위 꽃이 수분되고 수분된 꽃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이 때 꽃의 개수를 조절해 너무 많은 과실이 열리지 않게끔 조절하는 적화(摘花) 작업이 필요하다. 열매들은 뉴질랜드의 여름인 12월부터 2월 사이 빠르게 성장한다. 바로 이 시기에 재배농가는 수확량을 예측하고 나무를 솎아냄으로써 키위의 크기를 최대화 시킨다. 이를 적과(摘果)라 부른다. 잘 자란 키위는 3월과 5월 사이에 수확된다. 

제프 로데릭(오른쪽)과 농장 직원이 키위 재배 농가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그 다음에 방문한 데비 푸시너의 농장은 천 가림막으로 방풍림을 대체해 햇빛이 투과되도록 설계됐다. 제스프리는 농가의 특성에 맞춰 지속가능한 농가 운영이 가능하도록 투자하고 있다.

농장주인 데비 푸시너는 지난 2003년부터 썬골드키위·그린키위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 서리피해가 있어 이후 별도 서리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2022년 10월 유사한 이상 기후 현상에 잘 대응했다.

서리 방지 시스템을 통해 1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캐노피 위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높였다. 일정 온도(약 5도)를 달성하면 기계의 전원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며 서리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자동 시스템 구축한 상태다. 폐기될 과실을 주기적으로 적과(너무 많이 달린 과실을 솎아 내는 일)해 필요한 과실에 영양분이 보충될 수 있도록 했다. 적당량의 열매가 있어야 영양분과 맛이 균일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적과 작업은 수확·유통·포장 등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력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과실의 품질을 좋게 하기 위해 원줄기의 나무껍질(수피·樹皮)을 벗겨내는 박피 작업을 했다. 이로 인해 잎에서 만들어진 광합성 양분(탄수화물)은 박피 부위보다 위쪽에 축적돼 당도가 높아지며 낙과(落果)가 적어지고 과실의 크기가 증대되고 숙기(熟期)를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농가에서 키위 열매가 열렸다고 마음대로 수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확도 제스프리와 계약된 연구소의 숙성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수 있다. 농가의 요청에 따라 약 60~70명의 인원이 농가에서 무작위로 키위 샘플을 채집한다. 채집된 샘플의 위치는 GPS로 기록된다. 

힐 연구소 직원들은 키위 샘플을 등록하고 무게를 측정한다. 각 농가 정보, 각 샘플의 고유 번호 등을 기재한다. 힐 연구소 직원들은 키위 샘플의 경도, 색상, 건물중 등 세부 요건에 부합하는지 테스트를 실시한다. 키위의 테스트 결과 및 수확 시기 안내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은 연구소에 샘플을 등록하고 무게를 측정한다. △경도 △색 △건물중(乾物重) △당도(brix) 등 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판매 및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인다. 품질이 더 낮은 경우엔 동물 사료로 소비된다.  

이를 통과한 키위들은 팩하우스를 통해 수확된 키위의 품질 선별 작업과 포장 작업이 이뤄지는 시설, 육안 검사 외에도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 기계를 통해 정밀화된 검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1등급을 인정받은 키위만을 유통한다.

키위 수출 박스 내 어느 농가의 어느 구역에서 수확된 키위인지 추적 가능한 고유 번호를 기재하고 키위 운송 시 선박 내 온도를 엄격하게 제어하는 등 체계적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