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저주’에 우는 기업들
‘건설업 저주’에 우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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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보유한 금호·두산·코오롱·경남 ‘위기설’ 휩싸여
현금흐름비율 낮고 대출 연체율 상승…‘배짱분양’도 원인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건설업체를 보유한 그룹사들이 연이어 울상을 짓고 있다. 건설업체의 현금흐름이 부진해 지면서 보유 현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린 금호아시아나·두산·코오롱그룹·경남기업 등은 모두 건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이다. 이 기업들은 회사채발행·자산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설경기로 인해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 1일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국내 기업 현금흐름 불안하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국내 기업의 영업현금흐름비율은 4.5%로 지난 1997년 3.7% 이후 가장 저조했다. 올 상반기에는 1.1%까지 급감한 상태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비중은 29.6%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며 “올 상반기에는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의 비중이 46.1%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업체의 현금흐름이 악화일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업의 영업현금흐름비율은 -11.3%다. 39개 건설사 중 74.4%인 29개 업체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건설업계가 자구책 마련보다는 모든 책임을 정부의 정책 탓으로 전가한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의 미분양 사태가 일부 건설사들의 ‘배짱 분양’이 원인이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미분양 사태 속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이 특정 지역에서 3.3㎡당 4000만원대 분양가를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건설시장이 한파를 맞았지만, 대형사들은 여전히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에만 의존한 채 기존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최고소득 수준의 울산 지역은 지난 2004년 초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450만원대에 불과했으나 일부 대형사의 ‘배짱 분양’으로 최고 1500만원대로 폭등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청약률 0사태’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는 미분양아파트가 30만채에 육박한 상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건설업계는 뒤늦게 분양가 인하 및 계약조건 완화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우선, 돈줄이 막히고 있다. 건설·부동산 업체들이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은행권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48조원, 저축은행권은 12조2000억원이다. 이중 은행권 연체율은 0.68%지만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4%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7~8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이 15%를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도산한 중소형 건설사는 이미 180개가 넘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6월말 실시하기로 했던 ‘저축은행 PF 대출 충당금 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시기도 내년 12월말로 연기됐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지역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이익창출만을 위해 배짱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도 문제”라며 “자구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정부에게 ‘이것’·‘저것’ 요구만 앞서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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