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단기 조달 늘린 우리카드···유동성 지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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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의존도 17%, 잔여만기 1년 미만 부채비중 53%···업계 최대
즉시가용유동성 251%, 업계 최하위···90일레버리지는 90% 불과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자금조달을 둘러싼 우리카드의 고심이 깊어졌다. 고금리 기조속 단기차입을 대거 늘린 결과 유동성 리스크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단기조달 의존도도 업권에서 가장 높다.

설상가상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올해 이자비용 급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카드의 단기차입부채(차입금+회사채)가 2조1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3%나 급증했다.

이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최대 규모다. 단기부채가 증가한 카드사는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두곳뿐이지만, 증가율 면에선 KB국민카드(11.6%)를 크게 상회했다.

단기부채 비중도 타사를 크게 웃돌았다. 우리카드의 단기조달비중은 16.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p)나 확대됐다. 이는 업계 최대치로, 업계 평균(7.1%)을 두배 이상 상회한 수준이다.

단기부채의 경우 장기부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이자부담이 적지만, 만기가 짧아 유동성 측면에서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통화정책 '피봇(정책선회)' 기대감의 영향"이라며 "과거 올해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고, 차환시기를 맞추고자 지난해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 기조속 우리카드의 자산이 크게 불어난 것이 확인된다"며 "타사 대비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만큼 금리 측면에서 유리한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잔여만기가 1년 내인 유동성 장기부채를 포함하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우리카드의 유동성 차입부채 잔액은 4조6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나 급증했다. 그 결과 전체 차입부채 중 잔여만기 1년내 부채 비중은 53%로, 전체 카드사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업계 평균(40.6%)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단기부채 비중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카드의 1개월내 만기도래부채는 4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1%나 급증했다.

그 결과 우리카드의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250.8%로, 일년새 682.1%p나 급락했다. 이는 업권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업계 평균(539.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이란 1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에 대해 즉시 가용한 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해당 비율이 급락했다는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말 90일 커버리지비율은 90.2%로, 2022년 말(173.6%)과 비교해 절반 가량으로 축소됐다. 이는 90일 이내로 범위를 넓힐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자금 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금리상승에 대응해 단기조달을 확대하면서 조달구조 내 기업어음과 단기사채의 비중이 확대됐다"며 "회사채 차환 능력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험은 낮지만, 만기도래 차입부채 비중이 업계 평균 대비 높다. 조달구조 단기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관계자는 "올해는 단기보다는 장기물 위주의 조달로 만기분포 균등화 및 차입금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익성 악화 역시 우려된다.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가 절반을 웃돈 가운데, 해당 부채들의 금리와 신규발행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카드의 이자비용은 3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3%나 급증했다. 이는 7개사 평균(40.1%)을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순익을 48.5%나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과거 저금리 기조 당시 발행했던 채권들을 차환하는 과정에서, 이자비용 증가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하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올해 들어 카드업권의 신규발행금리가 4% 내외인 반면, 만기도래금리는 약 2%대"라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신규발행금리와 만기도래금리의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조달비용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올해 시장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완화적이다. 조달비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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