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자리까지" 노후 아파트 '주차전쟁'···새 아파트는 분양 홍보 수단
"전기차 자리까지" 노후 아파트 '주차전쟁'···새 아파트는 분양 홍보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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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67명당 차 1대씩 보유···30년 초과 아파트 세대당 주차 0.68대 불과
이중 주차·소방차 진입·전기차 충전공간 등 문제 많아···"빨리 재건축돼야"
수주전서 어필 요소되기도···경쟁사보다 주차 수 471대 늘린 포스코이앤씨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차량이 이중주차 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차량이 이중주차 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늘어나는 자동차 수에 아파트 단지 내 주차난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아파트 내 민원 접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주차 문제다. 지하주차장이 완비되지 않아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노후 아파트에선 연일 재건축·리모델링 등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594만9000대로 1년 새 1.7%(44만6000대)가 증가했다. 올해 기준 국내 주민등록인구(20~100세)가 4336만3819명인 것과 비교하면 성인 인구 1.67명당 자동차 1대씩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파트의 주차공간은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부동산R114가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공개 의무 아파트 단지 기본정보에 등록된 곳을 분석한 결과, 세대당 평균 주차 대수는 30년 초과 아파트는 0.68대, 21~30년 이하는 0.99대에 불과했다. 이어 △11~20년 이하 1.30대 △6~10년 이하 1.23대 △5년 이하 1.28대다.

실제로 지난해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 아파트는 1362세대가 거주하는데 주차는 최대 783대까지 가능해서 세대당 0.57대의 주차공간을 가진다. 여의도 공작 아파트는 0.49대고, 압구정현대 1·2차 아파트는 세대당 0.75대다. 이들 모두 준공 후 3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로 지상주차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졌고, 현재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노후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이중·삼중 주차는 일상이다. 심지어 주차라인이 없는 자리에도 차량들로 빼곡히 주차돼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화재 등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소방차의 빠른 진입이 안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세대당 1대의 주차공간이 확보된 주차장이라 할지라도 외부차량 주차도 고려해야 하며, 더욱이 요즘은 세대당 차량 여러 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1대 '이상'의 넉넉한 주차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왼쪽) 중고거래 앱에 입주민이 아파트 주차 자리를 월 3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올려놓았다. (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아파트의 주차장 상황.
(왼쪽) 중고거래 앱에 입주민이 아파트 주차 자리를 월 3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올려놓았다. (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아파트의 주차장 상황.

주차장 규격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파트가 막 공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차량 1대당 주차장 가로 폭은 2.5m, 세로는 6.0m를 확보하도록 했다. 해당 규격 주차장에서 중형 차량(전폭 1865mm기준) 두 대가 나란히 주차하는 경우 양 차량 사이 필요 여유폭은 566mm로 계산되지만, 실제 폭은 435mm에 불과해 '문콕' 등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 2024년 기준 현대 소나타(중형 세단) 전폭은 1860mm, 제네시스 G80(준대형 세단) 1925mm, 기아 쏘렌토(중형 SUV) 1900mm 등이다.

더욱이 늘어나는 전기 자동차와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기존 1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는 내년 1월까지 단지 주차장 총 주차대수의 2% 이상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 현재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끼워 맞추듯 주차하는 노후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공간까지 설치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시장에서 쾌적한 주차장과 넉넉한 주차대수 확보는 매력적인 어필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올해 진행된 1조4000억 규모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포스코이앤씨가 최종 선정됐다. 공사비 외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설계안 중 차별점은 경쟁사 대비 주차 대수를 471대 늘린 것이었다. 경쟁사는 세대당 1.5대, 포스코이앤씨는 1.8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아파트에서 확보해야 하는 주차 대수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정해진다. 서울시의 경우 전용면적 84㎡ 이하로 구성된 단지에서 75㎡당 1대 이상, 전용 85㎡ 초과로 구성된 곳은 65㎡당 1대 이상을 필수로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용 85㎡의 100세대인 아파트가 있으면 (85㎡X100세대)/75㎡=113.3이므로, 법정 주차대수는 114대(세대당 1.14대)가 된다. 면적 102㎡의 100세대 아파트는 (102㎡X100세대)/65㎡=156.9로, 법정 주차 대수가 157(1.57대)로 크게 늘어난다.

더욱이 최근 공급되고 있는 신축 아파트들은 지하주차장을 100%로 해 지상에는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로 설계된다. 평면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차공간을 늘리려면 수직 공간(지하)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단지 내 지상에 차가 없어 교통사고 문제가 줄어들고, 주민에게도 쾌적한 단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짓는 아파트들은 세대당 주차 대수를 최소 1.2대~1.4대인데, 만일 1.5대 정도로 늘렸다면 무조건 홍보문구에 넣고 있다"라며 "그만큼 주차 공간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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