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부문 적자, HBM 대응 실패···"회사 책임" 사과
'7만 전자' 불만 쏟아져···現 경영진 사퇴 요구까지
"올해 실적 회복 기대···근원적 경쟁력 확보 노력'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해 반도체 실적 부진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뭇매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들과 회사 임원들이 사업전략에 대해 대화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신설했다.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용석우 VD사업부장 사장, 최시형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등 사장단 전원이 참석했다.
◇ 경계현 DS부문 사장 "시장 상황 제대로 대응 못했다"
주주들이 질문하고 관계부서 임원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주주들의 질문은 DS부문에 집중됐다. 대부분 질문은 지난해 반도체 실적 부진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대응에 대한 질타로 집중됐다.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업황 다운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잘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1분기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잘 준비해서 내년부터 훨씬 좋은 사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DS 부문 적자 외에 차세대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53%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가 38%로 2위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5세대 HBM인 HBM3E의 양산에 들어가 이달말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주주는 "HBM만큼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CXL과 PIM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경 사장은 "CXL과 PIM은 HBM과 같은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고객사와 협의해 실제 적용이 진행 중이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경 사장은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R&D, 시설투자를 확대한 것과 관련해 "다운턴 투자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다운턴 이후에 업턴이 온다. 다운턴 때 투자하지 않으면 업턴에 이익을 챙기지 못한다"며 "장기적으로 균등한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사업목표로 "근원적 기술경쟁력이 있어야 여러 전략을 펴기 쉽다. 전 제품의 경쟁력 우위를 올해 내로 반드시 달성해서 내년부터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 사장은 근원적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메모리는 판매하는 전 제품의 경쟁력 우위 확보 △파운드리 지속성장 사업기반 마련 △시스템LSI 각 사업군 독자생존 준비 등을 내세웠다. 또 기흥 R&D 연구센터에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소의 양과 질을 2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 지난해 시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은 올해 2.5D 제품으로 1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2.xD, 3.xD, 패널 레벨(Panel Level)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고객사와 함께 개발해 사업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또한, SiC(실리콘카바이드)·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AR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술 등을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진 사퇴 요구···"올해 나아질 것"
이날 주주들은 반도체 사업 외에 전사적인 실적 부진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한 주주는 "이병철 회장이 살아계셨다면 단상에 있는 임원들 다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의 신임을 얻어 이 자리에 계신 것이겠지만, (실적 부진에 책임지고) 사퇴하실 생각은 없느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반도체 시황의 악화가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는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며 "성과주의 인사원칙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1년 8만원대 이후 7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주가에 대해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주주들은 이 같은 주가를 최근 상승세인 SK하이닉스 주가와 비교하며 경영진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 부회장은 "올해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가 회복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연간 9조8000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6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DS부문 매출도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특히 경계현 사장은 "AI 시장 확대로 2030년 반도체 시장이 1조3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샘 올트먼의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 삼성전자의 핵심 축인 스마트폰은 '갤럭시AI'를 중심으로 TV, 생활가전과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해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펼쳐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XR 등 갤럭시 전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하며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전사적 AI 역량을 고도화해 차세대 전장, 로봇, 디지털 헬스 등 신사업 육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초연결 AI시대를 맞아 가장 안전하고 가치있고 지능화된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표 보안 솔루션 '녹스'를 기반으로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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