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변신···미래 신사업 '낙점'
건설업계,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변신···미래 신사업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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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단순 시공 넘어 투자‧설계‧운영까지 사업 영역 확대
GS건설, '최다‧최초' 실적 기록···삼성물산, 핵심 인프라 기술 개발
㈜대림,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 등도 디벨로퍼형 사업 추진 나서
수요 급증에 연 평균 16% 성장 전망···인근 주민 반발은 사업 변수
GS건설이 준공한 안양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 (사진=각 사)
GS건설이 준공한 경기 안양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 ㈜대림의 첫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인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산업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 먹거리 사업 발굴에 나선 가운데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부터 부지 선정, 개발,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다루는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영역을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다수 인프라 시공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중 가장 두각을 보이는 건설사는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다. 

특히 GS건설이 지난달 준공한 경기 안양 동안구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의 경우 건설사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까지 참여하는 곳이다. 이로써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하나금융그룹 아이디씨(IDC·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업계 최다인 10번째 시공 실적을 확보한 GS건설은 업계 최초 '데이터선터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도 구축했다. 이번 안양 데이터센터의 운영에는 GS건설이 2021년 설립한 데이터센터 영업·운영서비스 자회사 '디씨브릿지'가 참여한다.

삼성물산은 최근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해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 설비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이나 스페인 등 글로벌 업체들이 주도해 온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 기술을 국내 업체가 자체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기술 확보를 통해 설계에서 시공, 장비공급, 핵심인프라까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이 가능해지면서 품질과 안정성을 높일수 있고 비용과 공기도 크게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들의 진입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DL이앤씨를 핵심 계열사로 둔 DL그룹 지주사 대림은 지난달 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첫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시작하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렸다. 앞서 대림은 2021년 호주 ‘DCI Data Centers(이하 DCI)’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후 대림은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2025년 준공 및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대림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플랫폼기업 디지털엣지와 손잡고 올해 준공 및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SK에코플랜트는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0㎿ 규모의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개발 단계부터 사업을 주도하는 디벨로퍼형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인천 가좌 데이터센터', '고양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를 공사하고 있다. '창원 IDC 클러스터'는 창원시 등과 함께 디벨로퍼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서버 10만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 밖에 네이버 데이터센터, 정부통합전산센터, NH통합 IT센터, 부산글로벌 데이터센터 등을 시공한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및 동남아에서 70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시화 데이터센터 사업 등 사례처럼 단순 시공을 넘어 지분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이 일반 주거용이 아닌 데이터센터에 처음 눈을 돌린 시기는 휴대폰과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분야가 활성화 되던 2000년대 초반으로, 한화건설이 2004년 데이터센터 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필수 시설로 데이터센터가 떠오르자 그간 단순 시공에만 그쳤던 사업 영역을 투자, 설계, 운영 및 관리 등 사업 전체 벨류체인을 수행하는 디벨로퍼로까지 확장하고 나선 모습이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디벨로퍼가 건설업계 새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말까지 공공을 제외한 민간 데이터센터로 운영에 들어가는 곳은 112개(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회사 전용인 일부 데이터센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임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간 건설사들이 아파트 등 주거부문에서 쌓아온 부동산 개발사업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운영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내년 8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1년 약 5조원에서 2025년 8조원까지 커져 한 해 평균 15.9%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 전력과부하 등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사업 추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GS건설이 지난해 11월 추진해 온 경기 일산서구 덕이동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인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하고 건설 반대 현수막 설치, 탄원서와 민원 제기, 고양시청 등에 대한 항의 전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이 밖에 일산동구 사리현동 벽제초등학교 인근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이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이 확인돼 지역 사회가 반발하고 있으며, 경기 시흥과 안양에서 추진되던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의 경우 주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고양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았으며,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 연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면서 "이달 초 주민설명회를 통해 유·무해성 여부 등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지만,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선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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