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지형도 변화···韓 반도체·배터리 영향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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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라이칭더 승리···TSMC·삼성 파운드리 경쟁 '새 국면'
美 대선,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배터리업계, IRA 변화 여부 촉각
수출 회복 위한 주력 품목에 생긴 변수···"범부처 대응체계 마련하겠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사진=AP/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사진=AP/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반도체와 배터리 등 우리나라 수출의 전반을 책임지는 품목들이 대만 총통선거와 미국 대선 등 글로벌 정치상황에 따라 새로운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이 같은 변수가 올해 무역수지 회복에 장애물이 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후보 라이칭더가 40%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대만 TSMC와 미국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라이칭더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적 기여도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력하게 내세운 만큼 TSMC에 대한 대만 정부의 지원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발전에 힘껏 협조할 것"이라며 "재료, 설비, 연구·개발, 집적회로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더욱 완벽한 산업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대만에서 한층 더 발전하도록 해 전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만 정부 차원에서의 반도체 투자 확대와 미국 투자가 확대되면서 한국 반도체가 소외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애플과 테슬라, 퀄컴 등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점유율이 68%에 이른다. 애플과 테슬라는 차세대 칩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긴 상태이며 퀄컴은 핵심 반도체에 해당하는 모바일 AP 생산은 TSMC에 맡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지만, 57.9%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2.4%에 불과하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이 같은 계획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TSMC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에 반도체 수입이 편중돼있던 중국의 수요가 일부 한국으로 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어 이익 측면에서 수혜"라고 밝혔다.

이 밖에 미국과 관계가 더 긴밀해진 대만을 상대로 중국이 더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실린 글을 통해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반대하고 조국과의 완전한 통일을 촉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등에 대한 수출 제재를 가했을 때도 한국과 대만 등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TSMC를 겨냥한 직접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중국도 섣불리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숨고르기에 들어간 배터리 역시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를 만났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미국 국민 15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예상이 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35%로 트럼프에 9%p 뒤졌다.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도 트럼프는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온라인 연설에서 "바이든의 전기차 육성 계획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굶어 죽는다"며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바이든표 정책을 첫날에 끝장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IRA를 폐기할 경우 미국에 설비 투자를 확대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원 중 IRA에 따른 세액공제 비중은 2501억원에 이른다. 또 미국 내 자동차 기업들이 다시 내연기관차 생산을 확대한다면 배터리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배터리 사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진 만큼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중국 전기차 견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일부 해석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근본적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신 부회장은 미국 투자에 대해 "단순히 보조금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GM과 포드 등 고객사의 요구가 있었던 만큼 북미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글로벌 정치 환경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을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6327억달러로 전년 대비 7.4% 줄었으나 무역수지는 99억7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477억8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을 줄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에 빠진 반도체는 11월 흑자전환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T기기 수요 회복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수출이 늘었다. 배터리는 올해 들어 수요가 줄어들면서 다소 주춤했으나 최근 몇 년 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선박·디스플레이 수준으로 성장했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출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는 대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홍해 해협 사태에 따른 글로벌 해상 물류 차질 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대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범부처적 대응체계를 통해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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