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게임·스마트폰에 과몰입하는 아이, 해결책은?
[전문가 기고] 게임·스마트폰에 과몰입하는 아이, 해결책은?
  • 안재은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ilsanpr@nhimc.or.kr
  • 승인 2024.01.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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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임, 스마트폰에 과몰입하는 아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진료실에도 인터넷, 스마트폰을 종일 사용하는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빚어 내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없이 일상을 살아나가기 어려운 시대가 돼나가면서 점점 더 인터넷, 스마트폰을 잘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2022년도 여성가족부에서 학령 전환기 청소년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27만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청소년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결과를 보면, 전년 대비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 하나 이상에서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된 청소년은 127만여명 중 23만5687명으로 나타나 전년대비 6796명 증가했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두 가지 사용에 있어 과의존 문제를 모두 갖고 있는 청소년은 8만8123명으로 전년대비 4243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청소년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최근 3년간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등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하게 되는 연령이 점차 어려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지내는 문제로 가족 내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과의존하게 되는 경우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고,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생기면서, 등교를 거부하는 일도 빈번하게 생긴다. 또한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대인 관계를 이어 나가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이 인터넷, 스마트폰을 과사용하고 과몰입하는 경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첫째로, 우리 아이에 대해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 동안 어떠한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상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어떤 게임을 하고, 즐기고 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더해, 아이가 언제, 어떻게, 어떠한 이유로 인터넷,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되는지 아이의 시선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을 과도하게 해 일상의 어려움을 겪는 문제 이면의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행동적 어려움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아이가 마음 둘 곳이 없는 것은 아닌지, 다른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놀이를 통한 긍정적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닌지, 우울감이나 불안감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친구 관계가 어려워 온라인상의 활동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에게 이 활동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게임, 스마트폰 사용은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다. 어떤 게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즐거운 여가 생활이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놀이 문화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 쉬고 화를 내고 다투기보다는 아이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 아이와 친밀해지는 과정을 거쳐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의견에 경청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 분석학자인 위니캇은 건강한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해 'warm(따뜻하게) & firm(단호하게)'을 강조했다. 아이의 감정, 생각, 취향, 기호를 포함한 내면에 대한 존중과 관심은 warm 하게 그리고 아이의 행동과 지켜야 할 규칙, 즉, 외부에 대한 원칙 있는 일관된 태도로 firm 하게 아이를 대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문제에 있어서도 권위로 아이를 억누르고 억압하고 통제하기보다는 'warm & firm'한 태도로 아이와 의사소통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마음을 판단하거나 바꾸려는 의도 없이 아이의 마음을 궁금하게 여기고 물어보아야 한다. 부모의 의견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음을 허락하되,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일상이 바쁘더라도 아이의 이야기에 경청해 아이의 마음을 얻어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로, 아이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됐고 아이와의 관계가 나아졌다면, 한 단계 나아가 아이의 자기 통제력을 길러줄 수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 만족 지연감을 늘리고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고, 이에 더해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아닌 삶 속에서 다른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나를 잘 알고 수용해 주고 이해해 주는 내 편이 돼주는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은 더욱 그러한 특성을 보인다. 아이들과 편안하게 속마음을 나누고 의논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요구를 편견 없이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애써야 한다. 적극적으로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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