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학폭 심의위' 전문성 강화해야
[전문가 기고] '학폭 심의위' 전문성 강화해야
  • 이동현 법무법인 더앤 파트너 변호사
  • jongkim@seoulfn.com
  • 승인 2024.01.02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현 변호사
이동현 변호사

2년 전 필자를 찾아온 A군, B양의 부모님은 자녀들이 심한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들에게 감경하면서까지 사안에 비해 매우 경미한 조치를 했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리자 법률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보았는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경찰의 판단에 절차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판단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에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경찰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은 항소심까지 가서야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받게 돼 가해학생들에게 전학 조치가 내려졌고, 이의신청을 제기한 사건은 검사 역시 불기소를 하려고 했으나 지속적인 법률적 주장을 통해 결국 가해학생들에게 공동폭행 등 혐의를 인정시켰다. 이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과정에서 A군, B양과 부모님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지 의문이 든다. 위 사안에서, 피해학생들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청, 수사기관과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회의를 갖게 되어 결국 외국으로 갔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필자 역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있지만 과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이 모든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였는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법률적·교육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수사기관 역시 아이들 사건이라고 생각해 제대로 된 검토를 하지 않고 쉽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됐는데도 아직도 기억이 난다”, “평생 잊혀지지 않은 상처다”, “당시 상황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하는 말이다. 어리고 예민한 시기에 당한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나마 이러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가해학생에게 합당한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시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는 위원들이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학생에게 사안에 맞는 조치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위원들이 학교폭력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위원들 중 대부분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므로 최소한의 법률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는 교육과 선도의 목적이므로 법률적인 접근이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학교폭력은 필연적으로 형법 등 여러 법률과 연관되어 있기에, 법률적인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정도·화해정도를 판단해야 피해학생도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가해학생에게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경우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심적인 고통을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도 엄청난 낭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가해학생에게 한 번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제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각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을 모집하면서 위원들의 임기를 총 4년으로 제한하여 4년 동안 위원으로 활동한 사람들에 대해서 지원 자체를 못하게 했다. 4년 동안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축척해 놓은 경험과 전문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경험이 다소 부족한 위원들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관련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도 모자랄 시점에 이러한 제한을 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든 규정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이러한 작은 규정,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그나마 치유해 줄 수 있는 방법은 가해학생에게 사안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다.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이다. 새해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게 합당한 조치를 내려주길 바란다.

학교폭력이 문제된 경우 섣불리 혼자서 대응하기보다 사건 초기부터 다양한 학교폭력 사건을 진행해 본 학교폭력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동현 법무법인 더앤 파트너 변호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