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뿌리, '집게손' 논란에 해명···의혹 제기 이용자 참가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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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뿌리, 29일 해명 간담회 개최···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예고
(왼쪽부터) 김상진 스튜디오 뿌리 총감독,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가 29일 서울 구로구 스튜디오 뿌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 남성혐오적 표현을 삽입했다며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포화를 받은 스튜디오 뿌리가 해당 논란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29일 스튜디오 뿌리는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집게손' 논란의 해명을 위한 유저·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 김상진 스튜디오 뿌리 총감독,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 범유정 법우법인 덕수 변호사가 참석했다.

간담회는 당초 스튜디오 뿌리 측에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들에 해명을 위한 자리로 기획됐으나, 그간 뿌리 측에 의혹 해명을 요구하던 이용자는 이날 현장에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민성 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4~5명의 유저가 참가를 신청했으나, 이름과 연락처를 묻는 질문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달 공개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 뮤직비디오 영상에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표현의 집게손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뿌리 소속의 원화가 A씨가 지난해 3월 SNS에 '은그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줄게'라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의혹 제기 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넥슨 측이 엄정 대응을 예고하며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다.

이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장면이 A씨의 작업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논란은 계속됐다. 뿌리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이용자들은 회사에서 작업한 다른 제작물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중 일부는 회사에 찾아가 직원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A씨의 신상을 온라인 유포하거나, 발신자표시 제한으로 전화 테러가 단행되기도 했다. 회사는 이번 사건으로 평판에 직접적을 타격을 입고, 내년 상반기까지 계획된 제작물의 60%가 취소됐으며, 직원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초 논란이 제기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 원화.
최초 논란이 제기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 원화. 
집게손 논란이 제기된 작업물들.
집게손 논란이 제기된 작업물의 원화 사진. (사진=이도경 기자)

김상진 총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단 한 분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엔버 뮤직비디오를 포함, 문제가 제기된 장면들의 원화와 동화를 공개했다. 해당 원화와 동화에는 엄지와 검지를 펴 총 모양을 만드는 장면, 칼을 움켜쥔 장면, 손을 뻗으며 손가락이 펴지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그는 "그간 글로만 입장이 전달되다 보니 오해가 계속해서 커지는 것 같았다. 작업 과정을 직접 보여드리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이번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며 "2초의 장면을 작업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리고, 저를 포함해 작화감독, 파이널, 동화 부서, 원청까지 모두 검토에 나서기 때문에 이유 없는 장면이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에서 논란이 된 장면은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A씨가 아니고, 남성혐오로 지적된 작업물 중 A씨의 손을 거친 것은 극히 일부"라며 "다른 무엇보다 지난 9년간 저희가 해온 작업물까지 오해를 받게 된 일이 가장 뼈아프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나루토,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등 게임사에서 레퍼런스로 전달한 여러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이들 작품에도 같은 손가락 모양이 여럿 등장한다. 액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이라며 "연결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여러 개발사의 요청에 따라 집게손이 나올 수 있는 원화와 동화를 모두 수정하고 있다"며 "얼굴, 달리는 속도, 손동작 모두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사용되는데, 손을 펴는 자세를 모두 주먹 쥔 자세로 바꾸며 이런 표현이 제한되는 점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뿌리 측에서 공개한 일본 애니메이션 내 손가락 이미지.
스튜디오 뿌리 측에서 공개한 일본 애니메이션 내 손가락 이미지.

범유정 변호사는 해외 작품들과 달리 원화가 A씨의 과거 SNS 발언이 있었던 만큼 남성혐오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장면이 A씨의 작업물이 아닌데도 논리가 없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남성 혐오의 증거라고 제시된 SNS 게시글 게시 후 역시 1년 반이 지난 시점이고, 발언의 구체적 맥락이 존재하는 만큼, 법원에도 해당 행위와 유관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고 설명했다.

회사는 피해 애니메이터에 대한 온라인 상의 공격과 신상·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팀을 가동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범 변호사는 온라인 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니터링단을 통해 피해 애니메이터에 대한 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건을 수집하고 있지만, 건수가 지나치게 많아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애니메이터 개인에만 1300여 건, 스튜디오 뿌리를 대상으로는 세 자릿수다. 이 중 심각성이 큰 사안과 유형을 고려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슨은 이날까지 뿌리 측에 사실확인 등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논란 발생 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6일 새벽 악성 민원을 수용하고 뿌리 측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으며, 간담회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외주사 선정을 원점 재검토하고 작업물의 품질관리·검수 시스템 정비, 100여개의 집게손 이미지 수정 등을 공지했다.

장선영 뿌리 대표는 "넥슨 측에서 엄정 대응을 예고한 이후 공식적으로 전달된 서면 자료나 입장이 전혀 없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요구가 있었다면 적극 협조했을텐데,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는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업계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손가락을 모두 수정하거나, 검열 후 제작하게 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업계의 코스트로 돌아가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에 게임사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범 변호사는 이러한 넥슨 측의 대응이 공정거래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넥슨 측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넥슨이 그간 9년 정도 우리를 믿고 일을 맡겨줬고, 덕분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대응은 계획된 바 없고, 발주사와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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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1-02 06:56:35
남은 40프로 회사가 어딘지 공개좀

아니 2024-01-01 05:53:24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휴가쓰고 입장 들으러 오라고 하면 누가 가나요 그리고 그 분들이 얼마나 집요한데. 신상 까고 오라고 하면, 좌표 찍혀서 테러 당할까봐 무서워서 못 가요.

컴갤러 2023-12-31 19:11:48
애초 김환민이랑 손 잡는 거 부터가 넌센스ㅋㅋㅋ
해명을 떠나서 손잡은 단체부터 좀 알아보고 하시지 그랬어요

. 2023-12-31 15:30:00
혐오 표현을하는집단이 혐오가 아니다라고주장하는이유는 그들과 동류이기때문

Pianka 2023-12-30 13:27:10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하면서 진짜 피해자들한테 가해자라고 하는 어이없는 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