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블록체인산업, 규제가 능사일까
[데스크 칼럼] 블록체인산업, 규제가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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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가상화폐 대장주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또다시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3위 가상자산거래소인 FTX파산 사태 등으로 올해 초 2100만원까지 곤두박질쳤지만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임박, 4년 만에 찾아오는 반감기 등의 호재로 비트코인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했기 때문에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가 '먹튀' '사짜' 등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홀대하고 있는 사이 이웃나라 일본에선 '잃어버린 30년' 장기침체를 만회할 비장의 카드로 블록체인 기술을 낙점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반도체, 2차전지 등과 같은 미래의 먹거리 경쟁에서 한국, 미국 등에 뒤처진데다가 이를 쫓기 위해선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헛힘을 쓰기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금융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7월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와 정책 제안을 담은 '웹3 백서'를 승인했다.

일본 의회 역시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일본 의회는 지난해 스테이블코인(달러화와 같은 주요 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 확대, 자금 세탁 방지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국 최대 웹 3.0 콘퍼런스 웹엑스(WEBX)에서 "블록체인이 기존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사회변혁을 이끌어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웹 3.0 도래에 맞춰 환경정비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의회가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해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한 때 가상자산 불모지로 불렀던 일본보다 월등히 앞서 나갔지만, 공전과 퇴보를 거듭하다 겨우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된 제도 정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회가 올해 6월 통과시킨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마저 육성 정책은 빼놓고 투자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국내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이 디지털금융 허브로 자리 잡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9년 7월 2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외에 세종(자율주행), 경북(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7개 지자체를 1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당시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생산유발효과(895억원), 고용유발효과(681명), 기업유치 및 창업 효과(250개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전정부 '그림자 지우기'이든, 지역의 한계이든 아직 뿌리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대기업들도 일본 가상거래소 상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게임업체 넷마블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마브렉스는 지난 10월 11일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자이프에 'MBX' 코인을 상장했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의 '링크(현 핀시아)', 카카오 계열사가 만든 '클레이튼' 코인에 이어 한국 가상화폐로는 세 번째 일본 거래소 상장이다. 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정부가 블록체인 육성에 우리 정부보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가상자산의 발행·유통 및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행위와 시장규제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전히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새의 좌우 날개가 함께 힘찬 날개짓을 해야 비상할 수 있듯이, 육성 정책을 빼놓고 규제만을 앞세우는 산업에서 과실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규제와 정치적 이슈에 매몰된 사이 우리가 미래의 먹거리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되짚어볼 시점이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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