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졌나···'애플페이' 망설이는 카드사들
'약발' 떨어졌나···'애플페이' 망설이는 카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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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신규고객 유입효과 '단기적'···수수료도 부담
(사진=애플)
(사진=애플)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간편결제를 통한 매출 진작 효과는 이미 포화에 이르거나, 소비자가 추가적인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주최한 여신금융포럼에서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간편결제 확대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오 연구위원은 그 대표적 사례로 애플페이와 제휴한 현대카드를 지목했다.

◇애플페이 효과 '단기적'···수수료도 부담

오 연구위원은 "지난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의 경우 신규고객 유입 효과가 약 4~5개월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카드의 3분기 기준 총회원수는 1192만명으로, 전년 말 대비 57만2000명이나 급증했다. 이는 주요 3개 카드사 평균 증가폭(21만2000명)을 세배 가량 웃돈다.

주목할 점은 회원 증가 추이다. 월중 신규 회원수를 살펴보면 애플페이 출시 직후인 지난 3월(20만3000명)을 정점으로 △4월(16만6000명) △5월(14만5000명) △6월(12만5000명) △7월(12만명) 등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후는 11만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애플페이 출시 전(1·2월 각 11만20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 증대가 순수익으로 귀결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6억원 증가했으나, 제휴사 지급수수료 비용은 같은 기간 2074억원이나 급증했다"며 "제휴비용 등 간편결제 도입에 따른 부가비용을 고려한 수익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계약조건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업권에서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0.03%)과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며,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경우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 중인 것과 대비된다.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커지며 애플과 현대카드는 국정감사에 오르기도 했다.

◇추가 제휴는 언제?···실적악화에 망설이는 카드사들

이처럼 애플페이를 통한 수익개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카드사들 역시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독점계약이 무산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상반기 당시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의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에 제휴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졌지만, 현재까지 추가 제휴는 전무한 상태다.

최근 애플페이가 일부 카드사에 합류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만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 문의한 결과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카드 관계자 역시 "진행 중인 사안에 따라 내용 확인이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하는 등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악화된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카드사 실적이 조달·대손비용 등의 여파에 급락한 가운데, 높은 수수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너무 낮아진 데다, 조달금리가 여전히 높다. 신판 부문에서 수익성이 당분간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애플페이 제휴 목적은 고객 확대에 있는데, 수수료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사업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제휴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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