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장지리홀딩그룹, 볼보·로터스 앞세워 韓 영향력 '확대'
中 저장지리홀딩그룹, 볼보·로터스 앞세워 韓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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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차, 톱3 진입 앞둬···폴스타는 국내서 위탁 생산
스포츠카 '로터스', 도산대로 전시장 마련해 본격 진출
저장지리홀딩그룹 본사 전경 (사진=저장지리홀딩그룹)
저장지리홀딩그룹 본사 전경 (사진=저장지리홀딩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 저장지리홀딩그룹이 자회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수입차 시장 톱3 진입을 목표로 하는 볼보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 등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내후년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중형급 SUV 폴스타4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가 수입차 거리로 통하는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전시장을 마련하고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86년 중국 저장성에서 청년 사업가 리수푸에 의해 설립된 저장지리홀딩그룹은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차를 인수한 이후 세계적인 업체로 급성장했다. 2017년에는 볼보와 합작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를 만들었으며 같은 해 말레이시아 기업 프로톤홀딩스를 인수, 산하에 있던 로터스를 자회사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르노코리아차 지분 34.02%를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 그룹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볼보차는 2011년만 해도 국내 판매량이 1480대에 불과했지만, 모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며 2019년 1만570대로 급성장했다. 이후 2020년 1만2798대, 2021년 1만5053대, 2022년 1만4431대를 판매하며 견조한 실적을 거뒀고, 올 들어 11월까지 1만5410대를 인도하며 시장 3위 아우디를 1240대 차로 바짝 쫓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연 3만대를 파는 메이저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달 말 서울시 중구 소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수입 시판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4000만원대 전기차 EX30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에 돌입했다.

신차는 '코어'와 '울트라'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오고, 가격은 각각 4945만원, 5516만원이다. 정부의 올해 전기 승용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5700만원 미만)을 충족한다. 확정 보조금은 다음 달 출시 시점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지만, 비슷한 값의 현대차 코나EV가 서울 기준 800만원대의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4000만원대 초·중반에 구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자 유럽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하게 값을 책정했다"며 "소비자 인도 시점은 내년 상반기고, 이 차를 앞세워 연 3만대를 판매하는 메이저 브랜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볼보차의 이같은 파격적인 가격정책이 가능한 배경으로 중국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꼽는다. 이 회사는 모회사의 플랫폼과 배터리를 사용해 EX30을 개발했으며, 모회사 소유의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공장에서 신차를 생산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중국 전기차'라는 평도 나온다. 볼보차코리아 측은 "볼보차 품질 기준에 따라 상품성을 관리하기에 중국산이라도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볼보 소형 전기 SUV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전기차 EX30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저장지리홀딩그룹 경영 구조 (사진=저장지리홀딩그룹)

볼보차가 49.5%, 저장지리홀딩그룹이 50.5%의 지분을 소유 중인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2025년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중형 전기 SUV 폴스타4를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된 차는 국내 판매와 함께 북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르노코리아차 2대 주주이기도 한 저장지리홀딩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스타는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저장지리홀딩그룹의 차량 생산 거점 다각화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르노코리아차는 "연 30만대 안팎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공장 위치가 수출에 용이한 항구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폴스타4 국내 생산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국산 전기차를 향한 미국 정계의 거센 압박을 피하고자 한국을 우회 통로로 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산 폴스타4는 한국 시장은 물론 대미 수출 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정계의 중국산 전기차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라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선진국과 FTA를 가장 많이 체결한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메이드 인 코리아' 인증을 받으려는 중국 업체의 움직임은 향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장지리홀딩그룹이 지분 51%를 갖고 있는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는 지난달 16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연면적 716㎡ 규모의 3개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개소했다. 이 회사는 전시장 개소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서 영국 스포츠카 입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마이크 존스톤 로터스 부사장 겸 사업총괄책임자(CCO)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카 시장인 한국에서 로터스를 알릴 전시장을 개소해 영광"이라며 "이 전시장을 중심으로 로터스의 새로운 미래와 여러 신모델을 소개하며 한국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전시장에는 모회사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탄생한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와 브랜드 첫 전기 SUV 엘레트라가 전시돼 있다. 에미라와 엘레트라는 각각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로터스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에미라와 엘레트라 사전예약대수는 지난달 기준 총 470대다. 올해 목표 사전예약대수는 600대 이상이다.

이러한 저장지리홀딩그룹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볼보차, 폴스타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로터스도 향후 시장에서 일정한 파이를 확보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라면서 "폴스타4 위탁 생산도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터스 전시장 (사진=로터스자동차코리아)
로터스 전시장 (사진=로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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