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커져버린 '쿠팡플레이', 콘텐츠 시장 '미꾸라지' 될까?
[뉴스톡톡] 커져버린 '쿠팡플레이', 콘텐츠 시장 '미꾸라지' 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 중계 잇따른 독점···이용자 '보편적 시청권' 침해 우려
OTT 콘텐츠 경쟁 속 가성비 집중···업계 침체 원인될 수도
드라마 '안나' 무단 편집, 불투명한 회계 구조 등 논란 확산
쿠팡플레이 CI. (사진=쿠팡)
쿠팡플레이 CI. (사진=쿠팡)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리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콘텐츠 제작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약 527만명으로, KT '시즌'을 흡수한 티빙(약 510만명)을 제치고 국내 OTT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6월 MAU가 152만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월 이용자 수가 3.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과거 1위 사업자 위치에 있던 웨이브(약 423만명)와는 격차가 벌어진 지 오래다. 쿠팡플레이의 약진에 티빙과 웨이브가 힘을 합쳐 합병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할 정도다.

이처럼 쿠팡플레이가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외 스포츠 독점 중계권, 최신 영화 독점 공개 전략이 있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대신 스포츠 중계권, 영화 공급 계약 체결 등으로 라이브러리를 빠르게 확보하고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자사 와우 멤버십 회원(월 4990원)에게 결합상품 성격으로 OTT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이러한 방식으로 OTT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기존 OTT 업계는 쿠팡플레이의 약진에 시장 '지각 변동' 수준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스포츠 중심 콘텐츠로 인해 대형 경기가 있는 시기에 따라 이용자 수가 크게 변동하는 데다, 가시적인 MAU에 비해 체류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이유다.

OTT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가 스포츠·영화 중심의 콘텐츠로 이용자 수를 크게 늘리기도 했지만, 높은 MAU는 와우멤버십을 이용하는 쿠팡 이용자들의 접속 영향이 크다"며 "이용자를 장기간 붙잡을 수 있는 콘텐츠 시리즈가 쿠팡플레이에 부족한 만큼 실질적인 '이용시간'은 기존 티빙이나 웨이브가 아직까지 더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극장가와 유료방송, 콘텐츠 제작 업계 등에서는 최신 영화 독점 공개권을 두고 성장한 쿠팡플레이가 제작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 상영될 때는, 어느 정도 상영 기간을 거쳐 IPTV에 송출한 후 다음 OTT 업계에 서비스되는 수순을 거친다. 그러나 쿠팡플레이가 상영 후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영화들을 유통 시장에서 확보한 거대 자본으로 가져가며 사업자들이 얻는 실질적인 수입이 박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9월 쿠팡플레이는 제작비 200억원대가 투입된 '비공식작전'을 극장 개봉 한 달만에 무료 서비스했다. 지난 6월에는 4월 개봉작인 '존윅4'를 무료 공개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영화 '비상선언'과 '한산:용의 출현'을 개봉 두 달만에 독점 서비스했다.

특히 해외 자본이나마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쿠팡플레이의 경우 타 OTT 플랫폼에 비해 콘텐츠 투자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작 시장에서는 한 편의 영화로 극장, VOD, OTT, 지상파 모두가 일정 수준의 수익을 분배받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일종의 순환 고리가 형성돼있었다"며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의 등장 이후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고 콘텐츠 시장이 특정 플랫폼에 작품의 독점권은 물론 지식재산권(IP)까지 제공해야만 수익을 얻는 구조가 되며 일종의 외주사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드라마 '안나'. (사진=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 (사진=쿠팡플레이)

콘텐츠 제작사의 '외주사화' 문제는 지난해 6월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두드러졌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로, 당초 8부작으로 기획·제작됐으나 쿠팡플레이 측의 자체 편집 하에 6부작으로 공개됐다.

당시 안나의 이주영 감독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안나를 편집했다.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 의도 등이 크게 훼손됐다"며, 작품 훼손과 저작인격권 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준비하겠다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최종적인 작품 편집은 계약서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해,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한국영화감독협회 등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끝내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굽혔다.

쿠팡플레이가 공식적인 사과에 나서며 소송 없이 사건을 일단락지었지만, 유통 창구이자 투자사인 OTT가 갑의 위치에서 작품의 창작 형태와 내용을 좌우했다는 점에서 플랫폼에 의해 무너진 콘텐츠 유통구조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쇼핑몰 플랫폼과 OTT, 콘텐츠 시장이 동반성장하는 구조지만, 쿠팡플레이는 아직까지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보다는 라이브러리 확보에 전념인 상태"라며 "여타 국내 OTT 업계 플랫폼이 콘텐츠 투자 비용 확대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전략이 '성공 사례'로 자리잡을 경우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가 끼치는 영향력은 콘텐츠 제작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가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스포츠 독점 중계권이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혜택을 넘어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행사나 스포츠 경기에 대한 방송은 전 국민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다.

쿠팡플레이는 자난 2020년 수백억원을 투자해 도쿄 하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고자 했으나,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한다는 논란에 최종 단계에서 협상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과 올해 K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등을 연이어 독점하며 시청자들 일각에선 불만을 제기한다. 

이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리그 경기 유무선 중계 사업자에 대한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가 해당 경쟁 입찰에 참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쿠팡플레이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게 되면 그동안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진행되던 모바일 중계는 모두 쿠팡플레이에서 이뤄진다. 무료 이용이 가능한 포털사이트와 달리 유료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에서 내년부터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편적 시청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지만, 기존 무료로 온라인 시청이 가능하던 경기들을 멤버십 가입 후 유료로 관람하게 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쿠팡플레이가 다른 OTT 플랫폼과 달리 법인세 납부 의무를 회피하며, 불공정한 지위에서 시장 경쟁을 헤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원주 의원은 "쿠팡플레이는 사업자가 아닌,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추가 요금 없이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의 형태로 있다 보니 법인세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쿠팡플레이보다 이용자 수가 적인 '티빙'과 '웨이브'가 지난해 법인세를 납부했던 것과 달리, 쿠팡은 대규모 적자 발생을 이유로 국내에서 단 한차례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플레이가 단기간에 급성장해 이미 국내 대표 OTT로 거듭났지만, 법인이 아니다보니 실제 매출 발생, 투자액이 잡히지 않아 회계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OTT 사업자에게도 부과되는 법인세 납부 의무도 빠져나가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 발생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