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정망 마비로 본 정부 태도 '유감'
[기자수첩] 행정망 마비로 본 정부 태도 '유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정부의 행정 전산망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먹통 사태를 일으키며 국민들이 초유의 행정 공백 사태에 대한 불편을 겪어야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 지난 22일 주민등록시스템, 23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24일 정부 전자증명서 발급·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마비 등 일주일 새 행정망 장애가 연이어 터지며 행정 재난에 대한 국민 불안은 더욱 가속화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첫 장애 직후인 지난 18일 국민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과거 정부가 통신망·서비스 장애를 겪은 민간 기업에 책임과 보상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응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킨 SK C&C와 카카오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조사와 피해 보상안을 내놓으라 강구했다. 이에 카카오는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6월까지 소상공인 대상 총 275억원에 달하는 피해 보상을 진행했다. 남궁훈 당시 카카오 대표는 책임을 위해 사임하기까지 했다.

올해 1월과 지난 2021년 10월 LG유플러스·KT에서 각각 발생한 통신망 오류에 대해서도 정부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책임 있는 시정 조치와 피해자 구제 방안을 요구했다. 양사는 통신 장애에 대해 약 400억원 규모의 요금 감면 보상에 나섰다.

정부의 경우는 어떠한가. 행정안전부는 이번 행정망 오류 사태에 대해 "손상된 라우터 포트의 제조사인 미국 시스코도 원인을 모르는 특수한 장애"라며 "점검을 태만히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공 소프트웨어의 대기업 참여 제한을 1000억원 이하로 푼다는 국무조정실의 후속 대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 참여 제한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육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진흥법의 일환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 역시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수도 있지만, 해당 제도가 마련된 지 어언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실패보다는 중소기업 간 출혈 경쟁을 불러온 저가 입찰제와 미흡한 예산으로 시장 육성에 실패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결국 정부는 표면적인 사과를 제외하면 "중소기업의 탓", "불가피한 문제 탓"으로 돌릴 뿐, 책임을 지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거나 기존 행정망 장애로 불편을 겪었을 국민들에 대한 보상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행정 기관으로서 장애 원인을 파악하고 추후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로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반성과 개선 의지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