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벼워진 종부세 고지서···주택 보유자는 좋지만 세수 결손은?
[초점] 가벼워진 종부세 고지서···주택 보유자는 좋지만 세수 결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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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상 종부세 4조7000억원···지난해 6조7988억원 보다 31.4% ↓
공시가격 하락·기본 공제액 확대·2주택 이상 중과세율 등 완화 영향
국민 혼란 가중···"한번 낮춘 세금 올리려면 조세저항으로 어려울 것"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과도한 보유세를 손보겠다고 나선 가운데 올해 주택 보유자들은 작년보다 적은 금액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세수 결손이 악화되고 고가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등에 올해 걷힐 종합부동산세수는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6조7988억원)보다 31.4%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130만7489명에게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으나 올해 종부세 납세자는 100만명 아래로 예상돼, 1년 새 최소 30만명 이상이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낫게 됐다. 종부세 납세자가 줄어드는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실제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가진 1주택자가 올해 낼 종부세는 64만원으로 지난해(242만원)보다 74% 줄었다. 공시가격(공시가)이 30% 넘게 떨어진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는 종부세가 80% 넘게 줄어 73만원만 내면 된다. 공시가가 20% 하락한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5㎡)는 아예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 종부세가 준 이유로는 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가 하락한 원인과, 종부세 기본 공제액이 공시가 6억원에서 9억원(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 부부 공동명의는 12억에서 18억원)으로 변경되며 종부세를 납부하는 대상자 자체도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18.61% 하락하면서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된 후 가장 크게 줄었다. 아울러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도 사실상 폐기되며 공시가가 당분간 높게 책정될 명분도 사라진 상태다. 

또 2008년부터 80%로 고정, 문재인 정부시기 95%까지 올려놓았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 정부가 최저수준(60%)으로 내린데다가 올해 1가구 1주택자에겐 한시적으로 이 비율을 43~45%로 인하하기도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의 비율로,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여기에 세율마저 완화해 올해 1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6∼3%에서 0.5∼2.7%로 하향 조정했고, 2주택 이상 종부세 중과세율을 배제했다. 

정부는 이러한 세금 완화 정책 기조에 따라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0년에 종부세 납세자가 낸 1인당 평균 세금은 219만3000원으로 작년에 276만원까지 올랐다. 때문에 세 부담을 현재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유지하면 올해 주택분 걷힐 종부세가 1조5000억원으로 2020년과 비슷하게 된다"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년에도 최저수준(60%)이 유지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들어 종부세는 국세로 징수되지만 지방교부세법에 의해 재정사정이 어려운 지방에 전액 배분돼 지방균형발전 기초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교부세가 3조가량이 줄었고 올해도 세수 결손으로 3조 가량이 또 줄 예정이다.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재원이 되는 종부세를 덜 걷으면서 모순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집값 급등기때 세금이 크게 인상돼서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에 세금 기준을 낮추면서 논란이 된 것 같다"며 "그러나 종부세는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세금으로 집값이 올라갈 때 내려갈 때마다 세 부담 기준 자체를 건드리면 국민들에게 혼란만 온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같은 경우는 공시가 80억 미만 시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 아닌 고액 부동산 소유자에게 세 부담이 분배될 수 있도록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권순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리고 거래세를 완화하자는 것이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많이 소유해도 종부세가 낮아질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 결과적으로 정책 신뢰에 대한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금이 크게 줄은 상황에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다시 세수 기준을 높이려면 조세저항 때문에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종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적인 종부세 개편 계획을 내놓지 않은 데다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와 같이 최저수준인 60%로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공시가 현실화율도 2020년 기준을 내년에도 지속하기로 하면서, 빌라·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의 공시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경우 종부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이유가 없어진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등으로 내년 상반기에도 집값이 보합이나 약간의 하락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서 종부세 또한 올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수석위원도 "특례보금자리론 제도에도 올해 과천을 제외하곤 집값이 상승 전환을 한 곳은 사실상 없다"며 "금리보다 향후 더 중요한 포인트는 DSR(수입 대비 개인의 총 대출 비율)이 될 텐데, 주택을 매입하고 싶어도 정부가 이를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택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오를 일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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