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英, 자율주행차 사고 법적 책임 강화···우리나라는?
日·英, 자율주행차 사고 법적 책임 강화···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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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 "자율주행차 사고 법적 책임 규정 제정해 관련 산업 발전 힘써야"
영국 '자율주행차 사고 법적 책임 제조사에 있다'는 내용의 법안 의회 발의 방침
법적 책임 불분명한 韓···"분명한 책임 소재 없이 미래 방향성 세우는 것 불가능"
자율주행차 (사진=혼다)
혼다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 (사진=혼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다가올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각국 정부가 해당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운전자, 제조사 둘 중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세울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을 위해 교통사고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정 마련에 나섰고, 영국도 해당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자율주행차 관련 모든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독일은 앞서 지난 2017년 자율주행차 윤리규칙을 공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고 명시하고 관련 산업을 누구보다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레벨3 자율주행차 관련 안전 기준을 마련했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산업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27일 일본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총리 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레벨4·5 등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을 위해 교통사고 법적 책임에 관한 규정 마련에 돌입했다.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대상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민간기업의 부담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목표다. 규정 제정 목표 시점은 내년 5월이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등 관계 부처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정을 속히 제정해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해당 산업 발전을 위해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법적 책임을 제조사에게 전가하는 영국과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며 일본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츠 레벨3 자율주행 시연 장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벤츠 레벨3 자율주행 시연 장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BMW 레벨3 자율주행 시연 장면 (사진=BMW)
BMW 레벨3 자율주행 시연 장면 (사진=BMW)

영국은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자율주행차 관련 모든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조사에 묻는다'는 내용의 법안을 조만간 의회에 발의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에는 사고를 조사하고 안전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을 확립하고, 자율주행차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과 보험사는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환영 의사를 보냈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웨이브의 최고경영자 알렉스 켄달은 "자율주행차 사고 관련 법적 책임을 묻는 새로운 법안은 연구·인재개발 방향을 분명히 해줄 것"이라고 말했고, 세계적인 보험사 악사의 영국 책임자 타라 폴레이는 "영국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이점을 더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앞서 지난 2017년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진다'는 윤리규칙을 공표했다. 현지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독일 정부의 윤리규칙을 토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자율주행기술을 고도화,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레벨3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두 업체는 운전자 개입이 사실상 필요 없는 레벨4 시스템 상용화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9년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을 마련했지만,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관련 산업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레벨3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운전'에 해당, 난폭운전·속도위반·안전거리미확보 등 주의의무에 의거해 운전자도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다. 

이에 지난해 말 레벨3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던 현대차그룹은 해당 기술 적용 시점을 올 초에서 9월로, 다시 내년으로 세 차례나 미뤘다. 그룹 관계자는 "운전 주체가 바뀌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의 도전이자 운행에 대한 책임까지 가져가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한 책임 소재 없이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룹이 감당해야 하는 법적인 문제나 만에 하나 운전자에게 법적 책임이 전가됐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이미지 실추 등에 대한 부담감이 상용화 시점 연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10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대학생 대상 무인 자율주행 경진대회에서 건국대 팀의 무인 자율주행차가 서킷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대학생 대상 무인 자율주행 경진대회에서 건국대 팀의 무인 자율주행차가 서킷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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