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하자, 금융당국이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현황 및 손실 가능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국민은행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팔려나갔다.
이 중 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2조3701억원), NH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등보다 월등하게 많은 규모다.
국민은행 판매분 중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ELS 잔액은 4조9288억원인데, 내년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 물량만 4조6434억원어치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및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출시 후 3년이 지나면 만기일이 도래하며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만기 전까지 기초지수가 회복되면 만기상환 조건에 따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과 상환 조건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이자율은 예금금리의 2~3배 수준이다.
특히, 녹인 구간이 설정된 경우 일정 주가(통상 가입 당시 가격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만큼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포인트대에서 현재 6000포인트 수준으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연계 ELS 만기가 본격 도래하고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금감원은 이번 현장조사를 토대로 정식 검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녹취·설명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의무를 다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집중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