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신임 사장, 뉴스·라디오 앵커 기습 교체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박민 KBS 신임 사장, 뉴스·라디오 앵커 기습 교체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첫날 이소정 앵커·주진우 진행자 강제 하차···언론노조·야당 거센 비판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서 쇄신 밝혀···KBS 시청자 청원에 사퇴 요구 잇달아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9시 뉴스, 주진우 라디어 등 주요 프로그램의 앵커와 진행자를 대거 하차시키며 여당과 언론 노조,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BS는 취임 첫 날인 지난 13일 주요 뉴스와 라디오의 앵커, 진행자를 전면 교체했다. KBS뉴스9 메인 앵커에는 이소정 앵커가 하차하고,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가 선임됐다. 주말 앵커에는 김현경 기자와 박소현 아나운서가 발탁됐다.

박장범 기자는 지난 13일 뉴스9 첫 방송의 오프닝 멘트를 통해 "그동안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앞으로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광장 △뉴스라인W △뉴스6 △뉴스12 등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들과 △사사건건 △일요진단 △남북의 창 등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전면 교체됐다.

매일 오후 5시 5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는 '특집1 라디오 저녁'으로 대체하고, 기존 진행자인 주진우 씨 대신 김용준 KBS 기자를 진행자로 세웠다.

주 씨는 지난 13일 SNS를 통해 "오늘 오전 KBS로부터 회사에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사장이 워낙 강경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국민의 방송이 박민의 방송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 사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 12일 본부장, 국·실장 부장 등 7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으며, 14일에도 부장급을 중심으로 102명에 대한 인사 발령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의 취임 전 정식 권한이 없는 인사들이 '뉴스광장', '주진우 라이브' 앵커의 하차를 종용·지시하는 등 방송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제작진과 어떤 논의도 없이 편성을 삭제하고, 방송 하루 전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등 박민 사장 취임 첫 날부터 편성 규약과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 노조는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을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고, 사측에 긴급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이 박민 사장이 취임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이 박민 사장이 취임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박 사장의 인사 조치를 두고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권력의 것이 아니다"라며 "당장은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성공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법적, 정치적,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의 인사 개혁이 정쟁 구도로 번져가는 가운데, 박 사장은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전 사장 시절 불공정 편파보도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신뢰를 잃었다며 사과했다.

박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TV와 라디오에서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 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의 30%를 삭감하고,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인 제작비 낭비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구조조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메인 앵커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대한 교체를 기습적으로 강행한 배경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했거나, 역할·책무를 제대로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프로그램들을 점검해 대책을 협의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그 이후 어떻게 진행이 되는 지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사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14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주진우 라이브, 더 라이브 등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원복과 박 사장의 퇴임을 촉구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게시판 청원을 통해 "언론이 지켜야 하는 기능을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박민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공영 방송인 KBS는 상업적 유혹과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언론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14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14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