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자의 '축배 될까 독배 될까'
[초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자의 '축배 될까 독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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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말까지 EU 승인받아 12월까지 합병 완료 목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1740%, 연 이자비용만 2천억원
화물사업 매각 따른 세계 여러 노선 슬롯 반납 '취약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사진. (사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모습.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으로 3여 년간 이어진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가 중대 분수령을 지났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합병 절차가 이번 승인을 통해 큰 고비 하나를 넘었지만, 아직 완전 합병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 남은 절차와 최종 합병 가능성은?

대한항공은 2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 매각 결정 직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합병을 위한 시정 조치안 제출했다. 대한항공 측은 내년 1월 말까지 EU의 최종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총 14개 승인 필요 국가(EU‧미국‧일본‧터키‧대만‧베트남‧한국‧중국‧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 중에서 EU를 제외하면 최종적으로 미국과 일본 승인만 남게 됐다. 

대한항공은 향후 미국의 경우, 미 법무부와 시정 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 해소,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경쟁당국과 시정 조치안 협의를 완료하는 대로 정식 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초까지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은 미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는 EU의 경우보다 수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항공자유화협정에 의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승인에 EU 만큼의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도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협정은 항공협정 상 제한을 철폐해 항공산업을 시장 기능에 맡기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오픈스카이 협정이 체결되면 해당 국가의 모든 지역을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고 운항 노선, 횟수, 기종에 대한 규제도 사라진다. 다만 이 협정이 미 법무부의 합병 승인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 거래 기한을 내년 12월 20일까지로 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대한항공이 최종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취득하는 기한을 내년 12월 20일까지로 한다는 것으로, 이 때까지는 최종 합병 작업을 마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화물사업 매각, 슬롯 반납···'승자의 저주' 될 수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한다고 해도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의 12조원에 달한 막대한 부채 등 경영 악화로 인해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으로 부채비율이 1741%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부채로 인한 이자 비용만 2000억원이다. 또 산업은행 등의 특별약정지원 1조8000억원의 만기도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불발되면 아시아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최근 확실히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아시아나가 화물사업 매각 시 부채 일부 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결정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전승준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화물 매각을 통해 아시아나 부채 청산과 유럽 독점 노선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물사업 매각으로 회사 규모를 줄임으로써 운영비 부담을 덜고, 부채를 일부 상환하면 합병 후 경영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U 경쟁당국은 지난 5월 예비조사 결과 심사 보고서를 통해 양사 합병 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며, 슬롯 반납을 요구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 노선들에 대해 국내 다른 항공사 진입 지원 내용을 EU측에 제출한 시정 조치안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이들 4개 노선에서 반납할 슬롯 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대 20개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최대 7개 슬롯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양도키로 했다. 또 미국과 일본 당국의 경쟁 제한 시정 요구에 따라 앞으로 추가로 슬롯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에 알짜 사업이었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세계 여러 노선 슬롯까지 내어준 뒤 과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만만치 않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합병 절차를 위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별로 없다"며 "우리가 가진 국적 항공 경쟁력, 자산만 빼앗기는 그런 결과를 낳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국적 항공사가 2개에서 단 1개만 남게 되면 일부 국제노선의 독점이 발생, 향후 항공료가 올라가는 소비자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운영하는 등 온전한 통합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남은 3개국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합병으로 인한 이득은 근시안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통합된 회사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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