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강화한 삼성···미래전략실 부활 포석일까?
'투명경영' 강화한 삼성···미래전략실 부활 포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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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준감위 이은 외부 감시체제 강화
"제2의 국정농단 없다"···여론 반발 잠재우고 경영효율 확보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이 최근 외부 감시체제를 강화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한 사전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 역할을 했던 컨트롤타워의 부활로 일어날 수 있는 반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26일 삼성SDI와 삼성SDS가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은 제도 도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더라도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선임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외부 감시체제가 강화되면서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다시 생기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미전실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후 이재용 회장의 뜻에 따라 해체됐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그룹 전체의 사업전략을 짜던 삼성그룹도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지난 8월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삼성 미전실 부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는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지원TF, 삼성생명의 금융경쟁력TF, 삼성물산의 EPC경쟁력강화TF 등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3개의 TF팀이 운영 중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이후 그룹 전체의 사업전략 구상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3개로 나눠진 컨트롤타워는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국내외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M&A를 통한 신사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이 회장의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미전실 부활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관련자'라는 인상이 강한 만큼 미전실 부활은 여전히 논란이 있다. 미전실은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現 최서원) 일가에 뇌물을 건넨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과거 정경유착의 주요 고리로 전국경제인연합회(現 한국경제인협회)와 미전실이 언급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미전실이 부활하더라도 외부 감시가 강화된 만큼 과거와 같은 정경유착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밀한 물밑 협상이 가능했기에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여론의 관심도 뜨겁고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가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고 각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통한 투명경영 강화는 컨트롤타워 부활로 일어날 수 있는 반발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우려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최소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킨다면 내년도 조직개편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부진에 빠진 반도체 사업을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리고 장기적 관점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설치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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