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업이 무너지고 있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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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인데 카드업으로 먹고 살기 힘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카드사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종종 나오는 말이다. 올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카드 승인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오히려 순이익이 줄어든 것에 대한 자조다. 둔화되나 싶었던 시중금리도 다시 반등하면서, 하반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많은 이들이 카드업계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조달비용을 꼽지만, 업계에서 보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익구조에 있다. 카드사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인하된 결과, 4.5%였던 영세가맹점 수수료는 현재 0.5%까지 내려왔다. 합리적 원가산정 대신 포퓰리즘에 휘둘린 결과물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 결과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의 96%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 상태다. 그 결과가 고객이 카드를 많이 사용할수록 손해를 보는 지금의 기형적 구조다.

이에 카드사는 카드론 등 대출 부문을 통해 수익을 벌충해왔지만,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이 급증하며 역효과가 났다. 특히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카드대출 특성상 연체리스크가 커졌고, 대손비용을 늘린 만큼 실적이 더 악화됐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민 당근책마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악화된 업계 수익성을 두고, 부수업무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데이터, 신용평가업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들의 수익구조가 불분명한 데다, 가시적인 실적을 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장담키 어렵다.

약속한 규제 완화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업계 숙원으로 꼽혔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을 꼽을 수 있다. 종지업 도입시 계좌발급을 통한 급여이체, 대금·보험료 납입 등 카드사 사업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한국은행 등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 3분기 발표예정이었던 적격비용 제도개선 논의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카드사는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낮다며 재산정 제도의 개편을 촉구했지만, 개선안이 도출될 지는 의문이다. 현행 규정대로면 당장 내년 1월 적격비용 재산정이 시작된다.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수료율이 더 내리거나, 영세가맹점 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카드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전가된다. 당장 올해에만 알짜카드가 다수 단종됐으며, 무이자 할부 혜택 또한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쏟아져야할 이벤트나 마케팅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소비 축소 등으로 이어져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정부와 당국의 명분은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담을 일방적으로 카드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닌 무책임이다. 이젠 편가르기 대신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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