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준금리 9개월 간 제자리인데···대출금리 또 오르나
[초점] 기준금리 9개월 간 제자리인데···대출금리 또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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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로 6회 연속 동결
5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 연 7% '돌파'
은행채·코픽스 상승에 대출조절 압박에 금리↑
서울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며 숨 고르기를 이어갔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가 계속 뛰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행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딘 데다 가계빚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기준금리 동결 배경이 됐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이번까지 6차례 연속 금리를 묶어뒀다.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 긴축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음에도 경기와 대출 부실 관련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는 여전하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14~6.669%, 변동금리는 연 4.56~7.134%를 기록, 변동형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선 상태다.

최근 급격하게 오른 시장금리가 대출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로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은 지난 18일 기준 4.717%를 기록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4%대 초반을 유지하던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4일 연고점인 4.795%까지 치솟았다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그 여파로 국내 은행채 금리도 상승한 것이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보다 0.16%포인트(p) 상승하면서, 이를 기준으로 하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올랐다.

코픽스가 석 달 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데는 은행권의 예금금리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4분기 이후 유입된 예금의 만기가 임박하자 갈 곳을 찾는 뭉칫돈을 겨냥해 고금리 상품을 속속 내놓는 추세다. 금융사 간 자금 확보 경쟁이 벌어진 것.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금융 당국이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당국은 유동성 규제 비율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돕고자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줄테니 수신경쟁을 자제하라는 취지다.

시장에선 당분간 은행권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 내년 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고금리 예금 규모만 100조원에 달해 은행권 전반의 예금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 등에서다.

여기에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 속도조절에 나선 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 요인이 적지 않고 당국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라고 주문한 상황이어서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 기조에 맞추려면 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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