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령화된 건설업계, 미래 성장동력 MZ세대 떠난다
[초점] 고령화된 건설업계, 미래 성장동력 MZ세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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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종사 '21~27세'의 11%만 직장에 '만족'···'71%'는 5년 이내 퇴사예상
워라밸·공정성·기업 지속가능 문제·노동 관행·친환경 등 가치 고려하는 MZ
보수적 이미지 벗고 젊은 직원 가치관 부합하는 조직문화 정착하는 건설사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나민수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산업의 고착화된 고령화 문제는 디지털화 등 혁신 산업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MZ 세대는 힘든 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 오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다른 우수 산업을 마다하고 신규 인력이 건설업을 선택하기 위해선 업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서울파이낸스가 주요 건설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 중 8곳에서 '자발적 퇴사·이직'을 선택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최근 2년간 자발적 퇴사 비율은 △삼성물산(2021년 261명→2022년 293명) △현대건설(1.77%→4.06%) △현대엔지니어링(2020년 220명→2021년 389명) △GS건설(5.4%→9.8%) △DL이앤씨(415명→524명) △롯데건설(2020년 58명→2021년 69명) △SK에코플랜트(5.7%→6.7%) 등으로,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한 모든 기업에서 자발적 퇴사가 늘었다. 특히 젊은 층의 퇴사율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사에 종사하는 'MZ(21~42세)' 406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21~27세'의 71%가 5년내 현 직장을 퇴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28~34세'는 68%, '35~42세'는 45%가 5년 내 퇴사를 예상했다. 21~27세 층은 모든 연령 중 건설업 종사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는데, 그마저 11%만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하다 응답했다. 이어 보통 '43%', 불만족 24%, 매우 불만족 22%로 조사됐다. 연봉을 제외한 퇴사하고 싶은 사유로는 '성장성' 비전 관련 부문이 1위로 '업무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어서',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이 낮아서', '회사의 향후 전망이 안좋아서' 등이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 사업이 최소 년 단위여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젊은 세대가 바로 느끼고 싶어 하는 단기 성과가 적을 수 있는 구조"라며 "또 현장 근무와 타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요즘 사람들이 기대하는 직장의 근무 형태와 다른 형태이다"라고 말했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원도 "MZ 세대는 무엇보다도 '공정함'과 '가치'를 우선시하는 세대"라며 "연봉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업에 입사할 때 회사의 공정 거래, 노동 관행, 정규직 비율, 환경 문제 등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인력이 산업으로 지속 유입되지 않으면 업계는 역동성을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화 등 IT 혁신 부문에서 가장 두각을 보일 수 있는 젊은 층을 흡수해야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때문에 건설사들도 '수직적 의사소통', '보수적' 등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수평 문화 조성을 위해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바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직급 상관없이 '프로' 또는 '매니저'라는 호칭으로 통일했으며, 상황에 따라 부장 이상에서만 직급을 사용한다.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GS건설 등도 선임·책임 등의 체계를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원과 대리를 '매니저'로 지칭하고, 과장·차장·부장 등을 '책임 매니저'로 한다. GS건설도 부·차장 등을 책임, 과장 이하부턴 전임으로 변경했다. 또 DL이앤씨도 작년 직원 직급을 7단계에서 4단계로 변경, 임원 체계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인 바 있다. 

경영진들은 젊은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 백정완 대표이사 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입사원 62명과 소통 행사를 가졌다.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은 신입사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신입들이 바라는 회사의 모습·조직문화·워라밸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롯데건설과 DL건설도 20~30대 사원·대리급 중 '주니어 보드'를 선정해 대표이사·경영진 등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소통 채널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은 국내 대학 재학생들이 건설업 체험 기회를 갖는 참여형 프로그램 '대대홍(대우건설 대학생 홍보대사)'을 만들어 건설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기피 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롯데건설 등은 신입사원 채용에 MZ 세대 실무진 면접관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진행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근무긴 하지만 연봉도 적지 않게 받고 있고, 수직적 문화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입사 후 선·후배 간 의사소통도 비교적 수평적이었다"며 "더 나아가 지속가능 문제나 환경, 불공정 등의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면 건설업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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