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정주 유가족 상속세로 대신 낸 NXC 지분 29%, 왜 안팔리나
故 김정주 유가족 상속세로 대신 낸 NXC 지분 29%, 왜 안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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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NXC 지분 29.3%, 정부 매각 나서
정부, 지분가치 최소 4.7조로 평가···"경영권 없는데 너무 높다"
"획일화된 MMORPG 등만 출시, 새로운 성장형 게임이 없어" 지적
(사진=넥슨)
(사진=넥슨)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으로부터 지난 5월 상속세 대신 물납받은 NXC 지분 29.3%(약 85만2190주)에 대해 본격 매각 작업에 들어갔으나, 매각 대상을 찾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공고를 통해 정부가 보유 중인 NXC 지분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NXC의 자회사인 넥슨의 시가총액과 최대주주 상속세율 등을 반영, 보유 중인 NXC 지분 29.3% 가치를 최소 4조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말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NXC 주식 85만2190주를 보유하며, 유족인 배우자 유정현 이사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NXC는 넥슨 재팬을 자회사로, 넥슨코리아를 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다. 넥슨재팬 지분 46.8%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재팬은 비상장 기업인 넥슨코리아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서 넥슨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히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넥슨코리아의 모회사 넥슨재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약 839억엔(약 8020억원)으로, 게임 업계 전반의 역성장 기조와 달리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가 해외에서 큰 흥행을 이끌고 있고,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M'은 중국 출시 후 약 한 달 만에 5500만 달러(약 73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워헤이븐'과 '퍼스트 디센던트' 등의 신작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NXC가 비상장 기업으로서 투자 차익을 얻기 어려운 데다, 100%에 가까운 지분이 매물로 나온 지난 2019년과 달리 경영권이 포함되지도 않았는데도 매각 지분 가치가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책정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지난 2019년에도 고 김정주 NXC 대표가 오너 일가의 NXC 보유지분 전량(98.64%)를 10조원 이상 가격에 내놓으며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높은 인수 가격이 발목을 잡아 매각이 무산됐다. 이번 매각은 당시와 달리 경영권도 포함되지 않아, 단기간에 매각 협상자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유찰이 거듭되며, 넥슨의 지분 가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세로 물납한 비상장사 주식은 수 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찰이 거듭될수록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자라도 가격이 충분히 내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게임 산업의 특성 상, 미래 사업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NXC 지분 매각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넥슨이 지난 2019년 매각 무산 이후 당시 지적받았던 높은 중국 의존도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던파) 외 신규 게임 지식재산(IP)을 발굴하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자주 발생하는 던파·피파 등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운영 이슈와 데브캣, 니트로스튜디오 등 계열사들의 좋지 못한 경영상황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넥슨 실적과 비전을 보면 NXC 지분 약 30%가 5조원 가량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은 지나친 고평가라 보기는 어렵다"며 "(매각 절차가 난항을 겪는 것은) 경영권 확보와 엑시트(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크지만, 획일화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연속 출시 등 성장성을 담보할만한 새로운 성장형 게임이 나오지 못하는 한국적 산업토양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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