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전, 전기요금 인상만이 능사 아냐···뼈 깎는 혁신 필요
[데스크 칼럼] 한전, 전기요금 인상만이 능사 아냐···뼈 깎는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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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체감되는 시기가 있었나 싶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6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도 기정 사실화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4분기 전기요금 책정에 기반이 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으로 동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반으로 기획재정부와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전의 올해 누적 적자가 47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이 600%에 이르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만큼,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 역시 취임사에서 "현재 한전의 누적적자는 47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무려 600%에 육박한다"며 "한전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제연료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전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최근 국제유가 상승, 전기요금 동결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만이 원인일까?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3년 정기국회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PS는 중대 비위자 81명에게 2억1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성과급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급됐다"고 전했다.

또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전의 징계 처분은 6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레일(9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특히 한전은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비중이 코레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지난해 경영난으로 임원들이 성과급을 반납했다. 올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으면서 성과급이 0원이 됐다. 그러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받은 성과급만 8600억원이 넘었다. 

대외적인 요인이나 정부정책에 따른 영향도 분명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쇄신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래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은 필수다. 

한전은 김동철 전 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 오래 몸을 담았던 인사로 경영이나 전력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다. 김 사장의 이 같은 경영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정치적 경험이 한전 쇄신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한전이 경영쇄신을 꾀할 수 있을지, 이대로 무너질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다만 한전이 앞으로 내놓을 혁신안이 전기요금 인상에 기대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혁신안이라면 기꺼이 매달 나가는 전기세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의 모험수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내 월급 말고 다 오르는 일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에 대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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