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전쟁下] '사면초가' 카드사, 빅테크에 밀리고 오픈페이는 유명무실
[페이전쟁下] '사면초가' 카드사, 빅테크에 밀리고 오픈페이는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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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시장, 일평균 8451억···카드사 점유율, 56.6→25.8%
야심차게 준비한 '오픈페이' 출범했지만···소비자 반응 '싸늘'
'각자도생' 제휴 확대하는 카드사···"개방형 플랫폼 진화 필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불결제 시장내 간편결제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상륙한 애플페이가 MZ세대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결제시장의 핵심플레이어였던 카드업권 역시 페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페이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치열한 경쟁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간편결제가 일평균 1조원을 바라보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한 가운데, 카드사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카드사는 간편결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빅테크와 애플페이 등에 밀려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금액은 8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나 증가했다. 지난 2016년(645억원) 대비로는 13배 이상 급증할 만큼 빠른 성장세다.

간편결제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이 카드업권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카드이용액 중 간편결제 비중은 36.4%로, 전년 대비(29.8%) 대비 6.6%포인트(p)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3년 뒤인 2026년에는 56.9%, 2032년에는 107.1%로 카드이용액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간편결제 내 카드사 비중은 2016년 56.6%에서 올해 상반기 25.8%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 비중이 26.6%에서 49.2%로 두배 가량 확대됐으며, 삼성페이 등 휴대폰제조사 비중은 16.8%에서 25.8%로 늘었다. 사실상 카드사의 점유율을 핀테크와 휴대폰제조사가 나눠가진 셈이다.

◇야심차게 출범한 '오픈페이'···소비자 반응 '싸늘'

위기감을 느낀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한 카드사의 앱에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사간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분산·이탈할 여지를 줄이고, 활용처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출범한지 10개월에 접어든 오픈페이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적은 참여사와 제한된 기능 등 여러 문제점들이 부각되며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페이에 합류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롯데·하나 4개사뿐이다. 우리·BC카드 등이 합류를 앞두고 있지만, 카드판 '오픈뱅킹'을 내세운 것과 달리 등록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적어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간편결제의 주된 활용처인 온라인 결제가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강점인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삼성·애플페이처럼 잠금모드에서 결제가 불가능하며, 카드사용 알림 기능도 자사 카드에만 적용되는 등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픈페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눈에 띌만한 마케팅도 부재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픈페이는 별다른 성과없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실제 오픈페이 관련 통계조차 전혀 파악되지 않는 수준으로, 롤모델로 언급된 '오픈뱅킹'과 극명히 대비된다.

이후로도 카드사들은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카카오페이 등과 손잡고 QR결제 공통규격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망을 구축하는 등 연이은 합종연횡에 나섰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한 것만으로는 빅테크의 간편결제 앱을 능가하긴 어렵다"며 "카드사간 과감한 개방으로 여러 카드사들의 우수한 기능을 자유롭게 선택·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과의 동침···"개방형 플랫폼 진화 필수적"

이처럼 오픈페이 출범에 따른 파급효과가 미미하면서, 카드사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쟁자인 애플페이와 제휴다. 업권에 따르면 현재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금융지주 소속 카드 3사가 애플에 제휴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카드사 역시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검토하는 등 '오픈페이'로 시작된 연합전선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도 손잡았다. 지난 7일 카뱅은 신한·KB국민·삼성·롯데·우리·BC 등 6개 카드사가 취급하는 신용카드를 신청·발급할 수 있는 모집대행 플랫폼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중 카드사들은 해당 플랫폼에서만 신청 가능한 단독카드를 내놓는 등 타 업권과의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MAU(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1년 '디스커버' 페이지를 론칭한 신한플레이는 고객의 관심사와 트렌드에 맞춰 문화·예술, 커뮤니티, 쇼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결제 플랫폼에서 고객이 즐겨 찾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이다.

신한플레이와 KB페이의 이용화면. 다양한 비금융·문화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사진=신민호 기자)
신한플레이와 KB페이의 이용화면. 간편결제 플랫폼임에도 다양한 비금융·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신민호 기자)

이 밖에 △펀(FUN) 콘텐츠를 내세운 KB페이 △대중교통, 롯데그룹사 등과 연계한 상품·서비스를 내세운 디지로카 △해외여행의 필수 서비스로 부상한 하나페이 등 카드사들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넘나드는 플랫폼 확장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디지털 중심으로 결제방식이 변화하면서, 카드사 역시 일차원적 결제채널에서 다양한 결제시스템과 비금융서비스 제공 등을 요구받고 있다"며 "카드사는 강점인 오프라인 결제 주도권을 적극 활용하되, 다양한 금융·비금융 채널과 연결된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는 온라인 결제와 새롭게 부상 중인 O2O 결제에서 제휴·협력 강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원활한 결제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과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자적 생활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더 이상 칸막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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