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건설 자랑하더니 결과는 '건설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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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부실시공이 최대 화두다. '순살 아파트', '순살 건물' 등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올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단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조사 결과 시공사는 물론 설계와 감리, 발주처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확인되면서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무수한 희생자가 나온 대형 인재 사고를 겪고도 여전히 중대재해가 지속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바로 지난달에는 호반건설이 시공한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대형마트 주차장 천장이 무너졌다. 앞서 2021년과 작년 1월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하청을 준 광주 학동 철거건물이 무너져 9명이 숨졌고, 시공을 맡은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환골탈태를 외치며 재발 방지를 장담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곳곳에 도사린 붕괴와 중대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반복되는 인재를 막기 위해선 곪고 썩어있던 구조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검단 아파트 사고 역시 단순히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문제가 응집돼 터진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만성적인 인력난, 주먹구구식 건설현장, 비용 감축을 위한 무리한 공기 단축, 안전불감증, 다단계 하도급 체계 등 건설 전 과정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이라는 것.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건설업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그 화살은 건설사로 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시공업체인 GS건설에 대해 "관련 법령상 가장 엄중한 조치"를 단언했다. 실제 정부는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수위의 징계인 '10개월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실수요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기업‧기관에 대한 조사와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문제에만 매몰된 근시안적 해법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자 색출과 단속, 처벌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조치임이 분명하지만 당장 표면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건설업은 구조가 복잡한 데다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얽혀있는 만큼 정부도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시스템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나쁜 건설사'라는 낙인찍기나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제2, 3의 붕괴 사고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제라도 건설업계는 물론, 정부 역시 '발본색원'(拔本塞源)의 의지로 개혁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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