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촌 대학가 원룸 75만원···"방학에도 빈방 없어요"
[르포] 신촌 대학가 원룸 75만원···"방학에도 빈방 없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 1년새 8.2% 상승
24일 방문한 신촌 대학가 골목에는 상업시설과 어우러진 주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24일 방문한 신촌 대학가 골목에서는 상업시설과 어우러진 주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전세사기 여파인지 월세 선호가 높아서 요새는 1000만원에 50만원대 원룸은 아예 사라졌어요. 방학에도 빈 방 거의 없어요."

9월 학교 개강을 앞둔 서울 신촌 대학가. 어느 부동산에서도 1000만원에 50만원대의 원룸 등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상업시설과 함께 어우러진 주택가 골목에선 전문 임대업자들이 관리하는 원룸형 건물이 쉽게 눈에 띄었지만, 빈 방은 거의 없었다. 

24일 기자가 체감한 신촌 원룸 가격대는 평균 1000만원에 65~75만원선이었다. 해당 가격은 지상층, 13~16㎡(4~5평) 기준이다. 다만 월세가 부담스러우면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추는 협의는 비교적 유연한 것 같았다.   

연세대학교 정문 건너편에서 오랫동안 공인중개사로 일해 온 이모씨는 "월세가 올랐어도 최근 원룸 월세와 전세 비율은 90대 10정도다. 서울 번화가이고, 이사하면 더 돈이 드니 월세가 비싸더라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내고 산다"고 설명했다. 

이 씨를 따라 둘러본 1000만원의 60만원대 원룸은 90년대 지어진 8가구 규모 다가구 건물로, 대학가 술집들이 근접한 골목 주택가에 있었다. 풀옵션이긴 하지만 가구 상태와 화장실은 수리가 필요해보였다.

방을 보여준 해당 건물의 주인 주모씨는 "학생들 사정을 알기 때문에 다른 임대인과 달리 몇년간 월세를 올리지 않았다"며 "자녀들이 원룸 내부를 수리하고 월세를 20만원 올리라고 성화다"라며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곳곳에서 일어난 '묻지마' 흉악 범죄로 치안이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경비실이나 공동현관 외부인 출입제한이 있는 오피스텔이나 신축 빌라도 찾아보았다. 그러나 해당 유형의 거주지 월세는 20~30만원 더 비싼 100만원 가까운 금액 대였다. 둘러본 오피스텔의 내부 크기도 옷장과 책상 등의 가구를 넣으면 누울 수 있는 공간만 나오는 수준이었다. 

부동산에 광고차 붙어있는 저렴한 매물은 모두 소진된 상태이다. 해당 부동산에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5만원의 4평 원룸만 남아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부동산에 광고차 붙어있는 저렴한 매물은 모두 소진된 상태이다. 해당 부동산에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5만원의 4평 원룸만 남아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학교 근처에서 3년째 자취 중인 연세대생 김모씨는 "작년에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25만원에 빌라 원룸을 계약했는데 여기에 관리비는 별도다"라며 울상 지었다. 이어 "부모님 찬스나 회사를 다니지 않는 이상 대학생이 이런 높은 월세나 보증금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막 복학한 연세대생 황모씨도 대학에 도보통학 가능한 위치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5만원 원룸에 산다. 마찬가지로 관리비는 별도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연립·다세대(60㎡ 이하)의 서울 월세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보증금 5367만원에  월세 56만7000원으로, 작년 동기기준 약 10% 올랐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33㎡)의 평균 월세도 지난 6월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56만7000원으로 1년새 8.2%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가장 높은 월세를 보인 대학가는 이화여대 인근으로, 평균 월세가 65만5000원이었다. 이곳은 1년 전 평균월세 59만6000원으로 1년새 9.9%가 상승한 것이다.

이어 △성균관대 인근 17.7% 상승 (51만4000원→60만5000원) △중앙대 인근 11.1% 상승 (54만2000원→60만3000원) △연세대 인근 9.6% 상승 (53만4000원→58만5000원) △서강대 인근 9.0% 상승 (51만8000원→56만5000원) △경희대 인근 8.9% 상승 (51만원→55만5000원) 순이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가 각각 운영하는 청년월세지원은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60만원 이하 매물에 대해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모두 신청 인원이 저조해 최근 예산감액 결정을 내렸다. 이는 신청가능 월세 기준 금액이 실제 서울시 월세 금액과 차이가 있는 탓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