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낸 부실채권 2조 육박···카드사 건전성 비상
털어낸 부실채권 2조 육박···카드사 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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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손상각비 1.9조···전년比 35.7% 급증
6월말 전체 연체율 1.58%···반년 새 0.38%p↑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커졌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증한 데다,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처리한 부실채권이 2조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이 일년새 13% 급감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18일 각 사가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대손상각비가 1조9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카드의 대손상각비는 3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9%나 증가했다. 이어 △우리(2073억원, 56.9%↑) △롯데(3208억원, 53.3%↑) △신한(4276억원, 31.8%↑) △KB국민(3332억원, 30.1%↑) △하나카드(1116억원, 4.1%↑) 등의 순이었다. 반면 현대카드의 대손상각비는 16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감소했다.

대손상각비란 거래 대상의 파산·폐업 등을 이유로 회수가 불확실해진 매출채권 등을 재무상 손실로 처리(상각)한 비용을 의미한다. 이는 판매관리비로 처리돼, 기업의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상반기 대손상각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둔화와 함께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상승 등으로 차주의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신용회복 신청자 수는 9만198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청자의 66.6%에 달한다.

또한 채무 변제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86.6개월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00.5개월로 늘어나는 등 빚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의 건전성도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전체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 대비 0.38%포인트(p)나 상승했다.

이 중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반년새 0.22%p 상승에 그치며 0%대를 유지한 반면,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0.69%p나 급증하면서 연체율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카드대출 주고객층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중저신용자라는 점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카드사의 핵심 수익원인 카드대출의 경우 신용판매자산 대비 부실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3월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의 약 12%만이 신용점수 800점을 상회하고 있으며, 약 84%가 신용점수 600~800점 대의 중저신용 차주로 구성됐다"며 "향후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건전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카드사들은 대출영업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실제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액은 2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고,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28조3000억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더구나 대손비용이 늘면서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나 감소했다. 이 중 우리·하나카드의 순이익이 1년새 각각 38.7%, 38.8%씩 급감했다.

실적이 급증한 롯데카드의 경우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나 급감하는 등 대손비용 부담이 커진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에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보수적으로 영업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둘 전망"이라면서 "다만 본업경쟁력이 악화된 가운데, 조달비용 상승이 겹쳐 하반기에도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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