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톺아보기] 우리카드, 실적악화 무릅쓰고 체질개선 '박차'
[금융 톺아보기] 우리카드, 실적악화 무릅쓰고 체질개선 '박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반기 순이익 전년比 38.7%↓···연체율, 0.19%p 개선
대출영업 축소·신용판매 확대···본업경쟁력 강화 전략
'숙원' 독자결제망 구축···데이터 사업 위한 토대 마련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우리카드가 본업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카드론 등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을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건전성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독자결제망에 기반한 영업강화 전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카드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나 급감했다. 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상반기 순이익(6647억원)이 1년새 27.1%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감소폭이 적잖다.

실적 악화의 주원인은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반기 우리카드의 핵심영업수익(이자+수수료)은 8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데 비해 핵심영업비용은 4831억원으로 23.1%나 증가했다. 여기에 상반기 대손비용도 2090억원으로 1년새 54.8%나 급증했다.

다만 이런 경영환경은 우리카드에만 적용된 게 아니라 업권 전체에 해당된다. 실제 신한·KB국민카드의 상반기 영업수익(5조2640억원)은 전년 대비 9.1%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비용(3조5609억원)은 12.3%나 늘었다. 또한 지주계 4개 카드사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1조1377억원으로 59.7%나 급증한 상태다.

◇대출 대신 신용판매···리스크관리 위한 '체질개선'

주목할 점은 우리카드 수익구조 변화다. 대표적으로 대출영업이 축소됐다. 최근 몇 년간 카드사들은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파에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영업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악화된 실적을 메워왔다.

그러나 우리카드의 상반기 카드론 이용실적은 1조6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나 급감했다. 현금서비스 이용액 또한 2조6339억원으로 일년새 10.5% 줄었다.

반면 상반기 일시불 규모는 28조9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해 고금리 여파에 축소했던 할부 이용액은 5조5640억원으로 1년새 16%나 늘었다.

우리카드 상반기 세부실적 추이 (자료=우리카드)
우리카드 상반기 세부실적 추이 (자료=우리카드)

이에 우리카드의 신용판매 자산은 상반기 기준 14조1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나 확대됐다. 반면 카드론 자산(5조8715억원)은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으며, 현금서비스 자산(1조2941억원)은 6.4%나 감소하는 등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기존 대출영업과 부수업무 대신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영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상반기 수수료이익이 661억원으로 일년새 63.1%나 급증한다. 상반기 수수료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3106억원으로 9.3% 증가한 반면, 수수료 수익은 3767억원으로 같은 기간동안 16.1%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이자이익(3382억원)이 전년 대비 1.3% 증가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신용판매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난 셈이다.

이 때문에 건전성도 개선됐다. 2분기 말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1.16%로, 전분기 대비 0.19%포인트(p) 개선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87%로 3개월 만에 0.18%p 감소하는 등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건전성 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세를 이뤘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량 급감했으며, 2분기 말 ROA(총자산순이익률)은 1.02%로 1년새 0.8%p나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카드가 비우호적 업황 속에서도 당기순이익(2044억원)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부각된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연체율 등 건전성 관련 리스크가 부각된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신용판매 등으로 영업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2분기 온라인업종 무이자할부를 업계 최장인 8개월까지 운영한 데다, 고객 생애주기별 선호업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회원별 이용액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우량회원 중심으로 금융자산을 운영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결제망 통한 사업확장···"체질개선은 현재진행형"

지난달 자체결제망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독자가맹점 운영에 들어간 점 역시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자체결제망은 2013년 우리카드 분사 이후 숙원사업으로 꼽혔지만, 비용과 고객이탈 등의 이슈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우리카드가 신용판매 강화를 중점으로 한 체질개선에 돌입하며, 자체결제망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여진다.

업권 관계자들은 자체결제망 구축의 장점으로 △대행수수료 절감 △타 업체 제휴 및 신상품 출시 용이 △고객 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 등을 꼽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결제망 구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그간 부진했던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출시나, 독자결제망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원재 전 대표의 역작으로 불리는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독자결제망의 첫 상품으로 재출시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2018년 4월 출시 이후 2년 8개월 만에 800만좌를 돌파하며 업계 최단기록을 경신한 우리카드의 대표 브랜드다.

우리카드의 첫 독자카드 '카드의정석' 출시를 기념해 사내 크리에이터 5인이 우리카드 광화문 본사 이벤트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드의정석 EVERY MILE SKYPASS', '카드의정석 EVERY 1', '카드의정석 EVERY CHECK' (사진=우리카드)
우리카드의 첫 독자카드 '카드의정석' 출시를 기념해 사내 크리에이터 5인이 우리카드 광화문 본사 이벤트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드의정석 EVERY MILE SKYPASS', '카드의정석 EVERY 1', '카드의정석 EVERY CHECK' (사진=우리카드)

우리카드는 김정기 전 대표의 취임 이후 새로운 대표브랜드로 '뉴(NU)' 시리즈를 출시했으나, 발급실적 등은 '카드의정석'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는 투트랙 전략으로, '뉴' 시리즈와 함께 '카드의 정석' 시리즈의 리뉴얼을 통해 신용판매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영업강화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카드의 본업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고금리 기조하 불어난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향후 선제적 리스크관리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어려운 시장환경에 대응하겠다"며 "특히 독자카드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본업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