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수수료율 산정 주기만 연장 '가닥'···'적격비용 산정제' 뿔난 카드사
[초점] 수수료율 산정 주기만 연장 '가닥'···'적격비용 산정제' 뿔난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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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수수료율 인상 없이 '주기 연장' 유력
카드사 "적격비용 산정제, 비합리적·고통만 전가"
경쟁력 약화 초래한 적격비용 제도···"폐지 촉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신민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신민호 기자)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둘러싼 당국과 카드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늘어난 조달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는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제도의 폐지를 촉구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둘러싼 갈등 원인에 대해 짚어본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노협)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이하 적격비용 제도)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적격비용 재산정 시점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위가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이르면 3분기 발표할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개편안은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 일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전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말한다.

제도 도입 이전 업종별 수수료 체계 하에 가맹점 규모별 협상력 차이 등에 따라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가 높아지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2012년 이전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은 약 3.6~4.5%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반면, 연매출 2억 초과 가맹점에 대해서는 약 2.7~3.6% 내외의 수수료가 적용되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고, 이후 네차례에 걸쳐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가 4.5%에서 0.5%까지 떨어졌다. 다만 카드업계에선 비용 산정이 불공정하다며 폐지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극에 달한 상태다.

◇"불공정하고 비합리적 산정 제도 폐지해야"

카드업계가 적격비용 제도에 반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해당 제도가 합리적인 비용산정 과정을 무시한 채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지난 2012년 개편전 4.5%였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0.5%까지 인하된 가운데,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2011년 말 4.12%에서 2021년 말 2.372%로 절반도 채 줄어들지 않았다. 나아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금리인상기와 지난해 레고랜드발 금융불안 사태 등으로 여신업권의 조달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10월 말 여전채 금리는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했고, 지난해 말 기준 5.536%를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7개 카드사의 총 비용은 16조4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나 급증한 반면, 순이익은 2조4979억원으로 4.4% 가량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전년 대비 12.1% 증가했지만, 카드수수료는 오히려 4%가량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나아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금리상승 여파에, 올해 1분기 순이익(5854억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4%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수료 인상 논의가 전혀 검토되지 않다보니, '합리적 비용 산정'이라는 적격비용 제도 도입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는 게 카드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 것도 비판대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의 96%(297만7000곳)에 0.5~1.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나아가 75%(220만곳)가 최저요율(0.5%)을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는 수수료로 인해 세액공제가 발생한다. 현재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매년 이용 금액의 1.3%를 공제받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카드사 입장에서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카드업권은 역마진을 피할 최저 수수료율로 1.5% 내외를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종우 카노협 의장은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은 수수료인하, 조달비용 상승, 대손비용 증가, 페이수수료 부과라는 4중고에 처한 카드 노동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라며 "카드사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적격비용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달비용 폭증에도 재산정은 3년 후···경쟁력 약화 초래

적격비용 제도 자체가 지닌 불합리성 역시 카드사들이 폐지를 주장한 근거다. 3년 주기로 진행되는 재산정 제도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분명해서다.

일례로 지난해 단기시장 불안사태 등으로 조달비용 급증 탓에 카드사들의 경영악화가 불보듯 뻔했지만, 수수료율 인상은 먼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혜택이 큰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고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특히 카드사가 비용절감에 급급해 경쟁력을 상실한 사이, 지불결제 시장의 주도권이 핀테크 등 간편결제 시장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삼성페이 역시 유료화를 검토 중인데, 유료화에 따른 카드사의 추가 수수료 부담은 1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처럼 카드업권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데도, 적격비용 산정 시 이런 요인들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카드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종우 의장은 "적격비용 재산정에 영세가맹점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대입하다 보니, 수수료 인하만을 목표로 한 도구로 변질됐다"며 "정책 목표가 달성된 이상 적격비용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이젠 시장경제 구조에 기반한 합리적 비용 산정을 통해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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