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년 만에 또 횡령···우리은행, 재발방지 약속 공염불
[초점] 1년 만에 또 횡령···우리은행, 재발방지 약속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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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시스템 '메스' 댔지만, 전북 소재 지점 직원 또 횡령
7만달러 빼돌려 가상자산 투자하려다 내부통제 시스템서 적발
하반기 조직개편서 검사본부 신설···"엄격한 내부통제 가동 필요"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우리은행 전북 소재 지점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7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0만원을 손에 넣었다. 짧은 기간 거액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A씨의 재태크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A씨는 가상자산 투자 목적으로 그가 속했던 지점 내 영업자금으로 보관 중인 외화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약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던 우리은행에서 또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작년 횡령 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었지만, 이번 횡령으로 은행 시스템의 허술함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실시한 내부 감찰에서 A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 곧바로 조치에 취했다. 현재 징계 절차를 진행 중으로, A씨를 면직 처리한 후 조만간 형사 고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A씨가 근무한 지점에도 부실 관리 책임을 묻기로 했다.

A씨의 횡령은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해당 직원의 거래 행태가 이상하다는 것이 파악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횡령 사실을 빠르게 파악한 덕에 그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횡령액 9000만원도 전액 변제가 완료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재 마감에서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무자원 거래 같은 방식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지만, 동일한 패턴의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상거래 모니터링에서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문제는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건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해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우리은행의 약속이 1년 만에 공염불이 된 점이다.

앞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 B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회에 걸쳐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린 바 있다.

B씨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등을 횡령했는데, 당시 우리은행 측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소홀한 공문, 통장‧직인, 문서 등의 관리뿐 아니라 인사관리, 이상거래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렇듯 지난해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정도로 긴장의 끈을 다잡고 있을 때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기대했던 것만큼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내정자 신분으로 지난 3월 내부통제 강화를 반영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꾀했다.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회장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협의체로,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내부통제 강화 등 기업문화혁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외에 전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한 '그룹 내부통제 현장 자문단'과 '검사기능 혁신 추진방안'도 마련, 대대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우리은행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내부 감사 조직의 컨트롤타워인 검사본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조직을 다시 한 번 보강한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횡령 사고가 발생한 만큼 내부통제 조직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횡령을 조기에 적발했다지만, 시스템의 허술함을 이용한 횡령 사고가 재발한 것은 뼈아플 것"이라면서 "우리금융, 우리은행 수장이 바뀌며 대대적인 내부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엄격한 내부통제가 가동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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