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
전기·가스·수도는 20%대 급등세 지속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폭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떨어트렸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세(0.0%)를 보였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5월 3.2%에서 6월 2.3%로 떨어졌다. 생활물가가 2%대로 둔화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각각 내렸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p(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1.5%p 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반면, 석유류 외 다른 품목들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동월 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 오르고 전월 대비로는 0.1% 내렸다. 라면 가격은 지난해 동월보다 13.4%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5월 3.9%에서 6월 3.5%로 0.4%p 떨어졌다.
김 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 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