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KB국민카드, 매출 선방에도 순익 '뒷걸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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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익 820억, 전년比 31%↓···조달비용 상승 여파
악화된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상반기 내 실적개선 '난항'
KB국민카드 광화문 본사 (사진=KB국민카드)
KB국민카드 광화문 본사 (사진=KB국민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KB국민카드가 1분기 고배를 마셨다. 견조한 매출 성장세에도 순이익이 30%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 속 조달 비용이 급증한 데다, 악화된 건전성 등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12일 KB금융그룹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KB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나 급감했다.

영업수익이 1조27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8%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이 8284억원으로 21.6%나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자비용(1680억원)은 1년새 63.9%나 급증했으며, 일반관리비(1593억원)도 17% 늘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이 급증한데다, 건전성 악화 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확대한 결과 순이익이 악화됐다"며 "특히 일반관리비의 경우 IT와 해외사업 관련 비용 등이 포함돼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조달비용 '발목'···여전채 금리, 1년새 두배 이상 폭등

1분기 비용증가세의 핵심은 조달금리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자금조달 현황을 살펴보면 비용조달의 69.7%를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차입금(21.8%)과 유동화채권(8.5%)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5.536%로, 2021년 말(2.372%) 대비 3.164%포인트나 상승했다. 이후 1분기 말 3.952%까지 떨어졌지만, 시장금리가 반영되기까지 일정 시차가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까지 고금리가 반영되며, 이자비용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상환된 장기회사채는 만기일이 짧게는 올해 말, 길게는 2029년 말까지로 구성됐다.

발행시점 별로 회사채 규모와 이자율들을 살펴보면 △1분기 7800억원(2.35~3.11%) △2분기 9769억원(2.981~4.447%) △3분기 1조1800억원(3.96~5.643%) △4분기 9700억원(5.762~6.605%) 등이다.

최근 만기가 1년 미만인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의 발행액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중장기채 비중과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올해 여전채 금리가 하락한 만큼 영업비용이 차츰 줄어들겠지만, 당장 유의미한 비용감소세로 연결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 연체율, 2분기 연속 증가···부실 대비 대손충당금 '껑충'

연체율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19%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나 증가했다.

최근 연체율 추이를 보면 2021년 말 0.82%에서 지난해 1분기 0.79%로 낮아졌으며, 2·3분기는 0.78%에 머물렀다. 그러나 4분기 들어 0.92%로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 1.19%로 2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높아지는 연체율을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역시 증가세다. 1분기 KB국민카드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1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나 늘었다. 지난해 대손충당금전입액 추이를 보면 △1분기 1112억원 △2분기 1161억원 △3분기 996억원 △4분기 1735억원으로, 3분기 감소했다가 4분기 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해당 상승세는 고금리 여파의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KB국민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최근 몇 년새 1950억~2110억원 내외에 머물렀으나, 작년 4분기 2493억원, 올해 1분기 3121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사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카드대출에서 채무 2건 이상인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7.7%이며, 카드론 잔액에서 신용도 하위 20% 차주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5%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다중채무차주는 채무상환능력과 재무융통성 측면에서 물가 부담,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 등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 유사시 여신기관의 건전성 저하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다중채무차주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은 카드사의 경우, 자산건전성 저하에 따른 영향이 실적 변동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손비용·손실흡수능력 악화

문제는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흡수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KB국민카드의 NPL커버리지비율은 290.7%로 전분기 대비 44.9%p나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는 게 KB카드 측 설명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이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을 쌓아둔 비율이다. 해당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사의 손실흡수능력이 악화됐음을 뜻한다. NPL커버리지비율이 300%를 하회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분기(288%) 이후 2년 반 만이다.

이처럼 건전성이 악화된 데다, 손실흡수능력도 낮아진 만큼 당분간 일정 수준 이상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매출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비용부담이 잔존한 만큼 상반기 내 유의미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내려갔지만 (작년 초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데다, 연체율 등이 단기간내 하락할 것 같진 않다"며 "다만 충당금을 기준치 이상 쌓고 있으며,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당장 부실이 우려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외형적 성장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면서, 내실강화 위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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