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톺아보기] 우리카드의 근거 있는 도전, '독자결제망' 득과 실
[금융 톺아보기] 우리카드의 근거 있는 도전, '독자결제망'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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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뚫고 선방했지만···자체결제망으로 또 다시 '시험대'
비용·건전성 등 리스크 확대···비우호적 업황에 우려도
신사업 등 장기적 관점서 '이득'···수장 교체 가능성 변수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부진한 업황을 뚫고 호실적을 달성한 우리카드가 또 한번 도전에 나섰다. 분사 10년 만에 독자결제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작년 말부터 폭증한 조달비용 등을 감안하면 무모하다는 평도 나온다.

높아진 리스크 비용과 부진한 소비 등은 올해도 긴축경영을 강제한다. 안전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우리카드의 득과 실을 점검해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카드가 모집 가맹점을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전산망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결제망 개설을 위한 2단계 시스템으로, 정식 개통 시점은 올해 2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카드 승인·매입·지급 등에 관한 거래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며 "정식 개통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 말 자체결제망 구축을 위한 1단계로 가맹점 식별 시스템 체계를 구축했다. 당시 독자가맹점 모집과 사전 신청을 받았으며, 제신고 등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10년의 숙원, 자체결제망···'하필 지금?'

독자결제망 구축은 지난 2013년 우리카드 분사 시점부터 논의된 우리카드의 오랜 숙원이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BC카드의 창립회원사였던 인연으로,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했다. 이후 분사와 함께 결제망 독립이 화두에 올랐지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고객이탈 등의 문제로 BC카드 결제망에 기대왔다. 이후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2021년 김정기 사장 취임 이후 상황은 급변한다. 김 사장은 2021년 8월 TF팀을 꾸려 결제망 독립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실시했고, 세 달 뒤 공식적으로 독자결제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다. 이후 앞서 언급한대로 독자결제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현재 독자카드 출시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 홈페이지에 게재된 독자가맹점 사전싱청 페이지. (사진=우리카드 홈페이지)
우리카드 홈페이지에 게재된 독자가맹점 사전싱청 페이지. (사진=우리카드 홈페이지)

문제는 시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카드사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며, 높은 다중채무자 비율 등을 근거로 올해 리스크 관리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전망치를 2.3%로 0.4%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등 카드 업황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을 비롯해 여러 카드사 CEO들이 올해 경영 화두로 '생존'을 꼽았다. 지난해 이어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자체결제망 구축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카드의 판관비는 2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이는 순이익이 감소한 KB국민카드(5972억원, 3.4%↑)와 하나카드(2455억원, 10.6%↑)의 판관비 증가세를 넘어선 것이다. 신한카드의 작년 판관비는 7416억원으로 1%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관계자는"지난해 독자결제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 불황의 늪에서 '순성장'

우리카드의 독자결제망 구축 결단 근거는 비우호적 경영환경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지주계 카드사 순이익은 1조4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3%(1287억원) 감소했다. 이 중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1년 새 23.4%나 급감했고, 업권 1위 신한카드의 순이익도 5% 감소했다.

우리카드 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우리금융그룹)
우리카드 당기순이익 추이 (자료=우리금융그룹)

반면 우리카드 순이익은 2044억원으로 1.8%(37억원) 증가하며, 지주계 카드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번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수수료 부문이다. 지난해 수수료수익(6751억원)이 14.3% 증가하며, 수수료비용(5890억원) 증가세(5.5%)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순수수료 수익이 861억원으로 전년(326억원) 대비 164.4%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카드의 이자수익은 6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한 반면, 이자비용은 267억원으로 같은 기간 50%나 급증했다. 지난해 말 우리카드의 ROA(총자산이익률)는 1.34%로 전년 말 대비 0.24%포인트 하락했다. NIM(순이자마진)도 7.82%로 0.49%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럼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선제적 수익 다변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1년 취임한 김정기 사장은 자동차 할부금융 확대를 통해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2021년 말 우리카드의 할부금융 자산은 1조6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나 확대됐으며, 할부 부문 이익은 364억원으로 같은 기간 48% 성장했다. 그 결과 2021년 우리카드의 순이익은 1997억원으로 업권 최하위지만, 전년 대비 68.5%나 성장했다.

이는 카드론 등 대출 부문에 치중된 타 카드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 다변화 시점이 앞선다. 비용 효율화라는 다음 단계에 진입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또 우리카드는 3분기 차입의존도(차입부채/자산)가 84%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7개 카드사 중 유일한 감소세로, 지난해 조달비용 급증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데이터·신사업, 장기적 관점에서 '필수적'

그렇다면 우리카드가 결제망 독립을 결정하게 된 배경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장기 수익성이다. 자체결제망 구축시 BC카드에 지급하는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결제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마케팅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백억원은 될 것"이라며 "다만 우리카드 작년 수수료 비용이 약 6000억원이고, 대행수수료를 4~5%만 잡아도 (자체 결제망 구축으로) 3~4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데이터 사업이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그간 실적을 책임져온 신용대출 부문의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데이터 사업을 제시했고, 지난해 말 신한·삼성·BC카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민간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예비 지정됐다. 향후 금융사와 타 기관과의 가명정보 결합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신한·KB국민·BC카드는 개인사업자 신용정보평가업(CB) 본허가를 받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카드는 데이터 부문에 소극적이었다. BC카드로부터 가공된 고객 데이터를 받는 만큼,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고객군을 묶거나 마케팅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또 고객 데이터는 가맹점과 밴(VAN)사를 거쳐 카드사로 넘어오지만, 우리카드의 경우 BC카드가 추가돼 시간적 측면에서도 손해다. 이 때문에 데이터 사업 진출을 위해 결제망 독립을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카드가 배달 대행 플랫폼 '만나코퍼레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0일 구로구 신도림동 만나코퍼레이션 본사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오른쪽),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우리카드가 배달 대행 플랫폼 '만나코퍼레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0일 구로구 신도림동 만나코퍼레이션 본사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오른쪽),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최근 화두가 된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역시 영향을 미쳤다. 제휴사 주도로 개발되는 PLCC는 해당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이마트, 코스트코, 스타벅스, 네이버 등 다양한 제휴사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우리카드는 지난 2018년 갤러리아백화점, AK플라자와의 PLCC 이후 신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행수수료 부담, 협상 주체 이원화 등으로 타 업권과 제휴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독자결제망 이용시 제휴사와 단독 협상이 가능해져 상품 출시가 편해지고, 대행수수료가 절감돼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1년 김정기 사장은 독자결제망 구축 배경으로 "자체 가맹점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대형 유통 가맹점 마케팅을 확대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권에서는 우리카드가 독자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유통업체와의 제휴, 그룹과 연계한 신사업 등에 착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자체결제망 구축은 우리카드가 분사한 2013년 이후 꾸준히 논의됐던 사안이지만, 2021년 김정기 사장 취임 후에서야 본격 착수됐다"며 "올해 2분기 중 공식 출범을 시작으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정기 사장의 교체 가능성은 변수로 작용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계열사 사장들의 대거 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체결제망 구축을 주도한 김 사장이 교체될 경우, 2분기 출시를 목표한 자체결제망 구축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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