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해놓고 고민에 빠진 한은···한미 금리차·고환율 '첩첩' (종합)
금리 동결 해놓고 고민에 빠진 한은···한미 금리차·고환율 '첩첩'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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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일단 멈춰세워···0.25%p 인상 소수 의견
올해 경제성장률 1.6%, 물가 상승률 3.5%로 하향
고물가·한-미금리차·환율 등 추가 인상 요인 많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리 인상여부를 둘러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급격한 경기둔화 우려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최근 주춤하던 환율도 오름세로 전환했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주된 이유다.

23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동결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총 10회나 인상하며, 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7회 연속 금리인상을 이어갔지만, 이번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다만 조윤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그간 금리인상 파급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15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6명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33명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1명만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기존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당초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감소하며,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반 만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GDP를 떠받친 수출, 제조업, 민간소비 등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가 올해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경제연구원도 전망치를 각각 1.8%, 1.5%로 0.4%포인트씩 낮췄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경제여건 부실화가 진행된 데다, 코로나 기간 과도한 재정지출로 정책지원 여력마저 떨어져 성장률 하향 전망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기둔화 가능성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5%대 고물가를 들 수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은 5.2%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가공식품 가격 등이 높은 오름세를 보인 데다 전기요금 인상 등의 영향이다.

이에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나타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이달 4%로 상승했으며,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월 중 4.1%까지 올라왔다.

이날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5%로 기존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국제유가,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영향 등 관련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는 고물가를 감안하면 추가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벌어진 한·미 금리차 역시 한은의 고심을 깊게 만든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결과, 현재 미 기준금리는 4.5~4.75%다. 상단 기준 양국간 금리차는 1.25%포인트에 달한다.

통상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며, 양국간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은 가속화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해 왔다.

특히 미 연준의 긴축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미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전망한 올해 최종금리 수준은 5.1%(5~5.25%)다. 해당 전망대로면 양국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나아가 시장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을 5.25~5.5%로 전망하고 있다. 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확대된 데다, CP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근원 PPI가 전월 대비 0.7%, 0.3%씩 상승하며, 시장전망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용도 호조를 보이며 물가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달 초 종가기준 1220.2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의 주요 요인이 환율 상승이었음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공식적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이번 동결 결정은 과거의 일반적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달라"라고 전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경제 지표들이 발표됐고, 국내는 상반기 경기침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우리만 독립적일 수 없다는 생각은 시장금리 급등으로 귀결됐고, 내외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환율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물가에 대한 강한 불확실의 구간이라 동결 결정 후 추가 데이터들을 확인하고 나서 액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더 가시화될 경우 한국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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