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vs 베이비스텝···금통위 앞둔 한은의 선택은?
빅스텝 vs 베이비스텝···금통위 앞둔 한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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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PI 둔화에 따른 연준의 긴축속도조절론, 25bp 지지
연준 최종금리 5%, 한미금리차 1.75%p···50bp 인상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흘 앞둔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자, 한국과 미국내 긴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달 금리 인상 전망도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확대된 데다,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아직도 5%대에 머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2연속 '빅스텝(0.5%p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75~4%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인 가운데, 상단 기준 1%포인트 금리차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한미 금리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게 된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실제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강도 긴축을 시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미팅 직전인 26일 환율은 종가기준 1331.3원이었지만, 약 한달 뒤인 9월 28일 1439.9원까지 108.6원이나 폭등했다.

결국 외환당국은 한미 금리격차 확대 전망에 기인한 외환시장내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쏟아 붓는다. 그 결과 9월 한달새 국내 외환보유액이 196억6000만달러나 감소한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렇듯 한은 금통위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를 1%포인트 안쪽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단적인 예로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의 금리(9월 기준 2.5%)를 0.75%포인트나 상회했다. 직후 금통위는 10월 금통위에서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하며, 양국간 금리격차를 0.25%포인트로 좁힌 바 있다.

문제는 최종금리 전망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현재 80.6%로 지난 7일 대비 28.6%포인트 확대됐다.

또한 최종금리 전망도 내년 3월 4.75~5%에 달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5~5.25%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30.5%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종금리 수준은 3% 초중반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글로벌·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최종금리를 3.25%로 예상했다. 이달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인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는 "저조한 경제성장률은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에 다가와 있다. 가계부채와 최근 자금시장 경색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전망대로라면 양국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일종의 지지선으로 여겨진 1%포인트를 두배 가량 상회하는 규모로,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이탈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통해 양국간 금리 격차를 일부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점도 강도 높은 긴축을 지지한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2개월 연속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품목에 국한되던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점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한은의 빅스텝을 정당화하는 재료로 소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 상승률이 7.7%로 둔화됐지만, 물가 안정 목표인 2%와의 괴리는 크다. 긴축 자체는 지속될 것"이라며 "간과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는 지난달 물가상승세가 더 확대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피벗(정책 선회)' 가능성이 국내 긴축 완화로 이어지기엔 물가상승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위축이나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등은 우려되지만, 물가는 높고 한미금리차는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다음달 금통위에선 0.5%포인트 인상, 최종금리는 내년 초 3.75%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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