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검은 화요일'···코스피, 2200선 붕괴·환율 1435.2원 '22.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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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3100억 '팔자'···네이버·카카오, 또 신저가 경신
코스닥 4.2%↓, 660선···환율 상승폭 31개월來 최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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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유은실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코스피가 2200선을 다시 밑돌았고, 코스닥은 근 2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2년7개월 새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1430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긴축 공포와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업황 우려 등 여러 악재가 맞물리며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는 형국이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40.77p(1.83%) 내린 2192.07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39.82p(1.78%) 하락한 2193.02에 출발한 지수는 낙폭을 빠르게 확대하며 오전 한때 2170선까지 밀렸지만, 이후 급락세가 둔화되며 2190선을 회복했다. 종가가 2200선을 밑돈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투자주체별로 닷새 연속 '팔자'를 외친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3101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71억원, 1994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매도, 비차익거래 매수 우위로 총 1774억7400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부진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장 대비 596.25(4.35%) 떨어진 1만3106.03에 마감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2.64%), 홍콩 항셍지주(-1.90%) 등도 동반 급락했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러시아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하자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됐다. 앞서 미국의 고용 상황이 견조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든 가운데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한국 무역적자 상황이 악화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6700만달러)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도 투자심리 악화를 부추겼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전일 미국 증시가 견조했던 고용 시장에 대한 여파가 지속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에 하락했다"며 "투자심리 악화 영향으로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시현했다"고 분석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향(向) 반도체 수출 규제와 반도체 업황 둔화, 자동차 업종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 악재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업종별로 건설업(-5.11%)을 비롯, 섬유의복(-4.92%), 기계(-4.71%), 운수장비(-3.96%), 전기가스업(-3.79%), 운수창고(-3.51%), 종이목재(-3.50%), 의료정밀(-3.17%) 서비스업(-2.80%), 금융업(-2.72%), 증권(-2.70%), 통신업(-2.60%), 보험(-2.12%), 음식료업(-2.09%), 화학(-1.97%), 유통업(-1.74%) 등 모두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선 대장주 삼성전자(-1.42%)와 SK하이닉스(-1.10%), 삼성바이오로직스(-1.11%), 셀트리온(-0.60%) 등이 일제히 내렸고, NAVER(-0.94%)와 카카오(-1.57%)는 또다시 신저가를 경신했다. 자동차 업계의 수요 침체가 예상되면서 현대차(-4.27%), 기아(-5.07%)도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11%), LG화학(1.36%), 삼성SDI(1.52%) 등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66곳)이 상승 종목(60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6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9p(4.15%) 내린 669.50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19p(1.89%) 하락한 685.30에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장중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 2020년 5월7일(668.17)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셀트리온헬스케어(-2.26%)을 필두로 엘앤에프(-1.28%), HLB(-5.47%), 카카오게임즈(-3.54%), 에코프로(-2.08%), 펄어비스(-7.10%), 셀트리온제약(-4.73%), 리노공업(-2.41%), JYP Ent.(-4.31%) 등도 큰 폭 하락하며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 다시 1430원대로 '쑥'···"킹달러 누를 재료 없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5거래일 만에 연고점 수준인 143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한국 경제 효자 역할을 하던 수출이 악화되면서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달러 강세 재료도 많아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2.8원 오른 달러당 1435.2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인 대비 상승 폭 기준으로 보면 약 2년7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 주 미국의 고용지표가 견조하게 나타난 영향으로 전장보다 15.6원이나 상승한 달러당 1428.0원에 개장했다.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한때 1438.1원까지 치솟았다가 1420원 중후반에서 1430원 후반대를 넘나들며 널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 흐름은 달러 수요를 누를 수 있는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고용 지표까지 견조한 것으로 확인된 것에 기인한다. 노동 지표로 본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조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는 외험 회피 심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시장 내에서 달러를 사고자 하는 수요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7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6만건을 돌파하며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전월 증가세에 비해 둔화된 모습이긴 하지만 시장이 예상한 수치보다 1만건 이상 높았다. 실업률도 3.5%로, 예상치를 밑돌며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기록한 50년 내 최저치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고용 지표가 이렇게 생각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이자, 시장에선 미 연준의 피봇(정책전환)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지난주 110선까지 하락하며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던 달러화 가치(달러인덱스)는 미국 9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112.30에서 112.8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달러 강세를 누를 수 있는 재료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12일 FOMC 의사록을 통해 미 연준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생각을 살펴볼 수 있을 텐데,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 메시지가 달러 강세를 초래할 예정인 데다 이어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높은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봤다. CPI는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지난 6월 9.1%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2개월 연속 8%대에 머물러 있다. 9월 예상치도 8%를 웃도는 수준으로 형성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세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 현상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림 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거점에 대한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에 유엔 회원국들은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유럽연합 주도로 마련된 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실시한 주민투표가 국제법상 표력이 없는 불법행위이며, 병합 선언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원화 약세 요인도 환율 급등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의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약세를 보이며 이달 1~1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물론 개천절, 한글날 등 잇따른 연휴로 조업 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빠졌다는 점은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러한 수출 감소에 저성장, 고환율 우려까지 커지면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탈이 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수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했고 이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렇게 원화 약세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와 함께 CPI 예상치까지 높게 형성되면서 달러 강세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상승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상단을 1490원까지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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