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올라탄 은행···가상 지점·자체 플랫폼 '잰걸음'
메타버스에 올라탄 은행···가상 지점·자체 플랫폼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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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더 샌드박스 땅서 가상브랜치 출점
농협·신한은행, 자체 플랫폼 연내 선보일 예정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모습.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모습. (사진=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메타버스에 올라탄 은행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가상 지점 개설에 앞서 메타버스 속 땅을 사들이는가 하면, 단순히 기존 플랫폼에 은행 서비스를 얹는 것을 넘어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에 착수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채널을 확장해 수익모델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인 더 샌드박스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하나은행이 더 샌드박스가 추진하는 사업에 글로벌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더 샌드박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내 가상 공간을 사서 그 자리에 가상 지점을 내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땅을 사들인 기업들과 함께 랜드 내 매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향후 하나은행이 구상한 지점 디자인에 따라 더 샌드박스가 가상 공간에 건물을 올리면, 가상브랜치를 통해 하나은행은 기본적인 뱅킹거래 서비스 등 금융 거래를 지원할 예정이다. 더 샌드박스 내 K-콘텐츠 가상공간인 'K-Verse Zone'에선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하나금융만의 콘텐츠도 소개할 예정이다.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대신 타 플랫폼과의 협업을 택한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참여 기업에 대한 투자와 상호협력을 통해 가상경제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미래 금융 채널로 활용하려는 실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험은 하나은행처럼 기존 플랫폼에 은행 서비스를 더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금융, 비금융 콘텐츠를 한데 섞는 방식으로 나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를 홍보에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 들어선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위한 밑작업에 돌입한 분위기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와 VR를 결합한 'KB메타버스VR브랜치'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5월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KB청춘마루 in 큽월드(KB world)'를 열었다. 홍대거리의 랜드마크인 KB청춘마루 내부 전시와 루프탑 공간을 메타버스에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17억원을 들여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Shinamon)의 2차 베타 서비스를 마쳤으며, 연내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나몬은 '신한(Shinhan)과 나(Na)는 메타버스에서 만난다(On)'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최근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의 2차 버전에는 금융 콘텐츠가 새로 도입됐는데, 시나몬에 입장하면 제공되는 가상 재화 '츄러스'를 활용해 적금·청약·펀드 등 가상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의 개념인 청약 콘텐츠도 마련됐다. 일정 회차 이상 납입하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구조다. 청약에 당첨된 이용자에게는 시나몬 정식 서비스 출시 때 가상의 개인 공간이 제공될 예정이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가상브랜치를 구현하고, 중장기적으로 금융거래 상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농협은행도 '독도버스' 플랫폼 구축 막바지 작업 중이다. 3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독도버스는 가상공간 속 독도에서 아바타를 생성해 쓰레기·공병줍기와 둘레길 방문 등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각종 미션을 수행한 대가로 얻은 포인트는 농협은행 가상금융센터 독도지점에 맡길 수 있다.

농협은행은 광복절인 8월15일 서비스를 정식 개시할 방침이다. 미션을 많이 완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실제 금융상품 가입 때 우대금리 또는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시범사업 오픈을 목표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금융 당국의 허가 등을 고려해 관련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엔 소상공인이 일대일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메타버스 영업점 '우리메타브랜치'를 구축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은행들이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비대면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서비스 고도화가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채널을 확장할 수 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예·적금 가입이나 계좌 개설 등 금융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공간에 대한 규정이나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를 위한 법 등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수익모델 연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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