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요구에···'금리 인하' 꺼낸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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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주담대 금리 0.3%p↓···고정형 가입 유도
"당분간 혼합형 주담대 판매 재개 검토 안해"
NH농협은행 전경. (사진=NH농협은행)<br>
NH농협은행 전경 (사진=NH농협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면서 NH농협은행이 취급을 중단했던 혼합형(5년 고정금리+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판매할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혼합형 주담대 상품 판매를 지난 2020년 9월부터 1년7개월째 중단하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혼합형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지 않은 은행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은행권이 주로 취급하는 주담대는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과 가입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된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으로 나뉜다. 장기간 금리가 고정되는 별도 고정형 상품도 있지만 은행의 대표 상품은 아니다. 이 중 농협은행은 변동형과 고정형만 취급하고 혼합형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판매 중단은 대출 총량관리와 함께 금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리상승기에는 조달금리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5년간 대출금리가 고정되는 상품이 부담될 수 있다. 통상 고정·혼합형 대출의 금리가 변동형 대출보다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시장금리에 맞춰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 상승기로 보면 대출금리는 5년간 고정돼 있는데,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은 계속 커질테니 역마진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특히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고정(혼합)형 대출 비중 확대를 주문하면서 농협은행의 이같은 대출 전략이 암초를 만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일 시중은행들에 올해 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52.5%,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60%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장기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은 68.5%,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의 경우 82.5%까지 늘리라고 권고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는 변동금리 비중을 낮춰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 포함) 비중은 49.7%다. 혼합형을 제외한 고정형만으로 계산했을 때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한국은행 집계)은 지난 2월 기준 22%다.

이에 따라 혼합형 주담대 판매를 1년7개월째 중단한 농협은행이 당국 요구치만큼 변동형 비중을 줄이려면 혼합형 판매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혼합형 주담대 판매 중단 당시 농협은행 내 혼합형과 변동형 대출 비중은 6대 4 수준으로, 당국 기준을 양호하게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농협은행이 혼합형 취급을 중단했고, 금리상승기에 금리가 더 낮은 변동형 상품의 수요가 컸던 만큼 현재 이 비율은 역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혼합형이 아닌 고정형 상품의 경우 금리가 변동형보다 100bp(1bp=0.01%p) 가량 높아 인기가 많지 않았다는 게 농협은행 측 설명이다. 이날 기준 농협은행이 판매하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보다 최고·최저금리가 1.77%p씩 높았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라 고정금리 수요가 많지 않겠냐는 추측이 있는데 실제로는 지금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6%대까지 치솟았고, 당장 더 저렴한 이자를 대부분 찾기 때문에 여전히 변동금리 상품 수요가 더 많다"며 "금감원 지도에 맞추려면 고정형 금리를 크게 인하하거나 혼합형 상품을 다시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금감원의 행정지도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 혼합형 주담대 판매 재개를 검토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주담대 금리 인하를 통해 고정형 상품으로 고객을 유도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고정형·변동형 상품의 금리를 0.3%p 인하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늘부터 주담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모두 내렸는데, 금리 상승기에 고정형을 원하고도 금리가 너무 높아 가입하지 못했던 고객들에겐 고정형에 가입할 기회"라며 "먼저 그런 방향으로 고정형 비중을 늘리고, 현재 그 이후의 계획까지 언급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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