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크루그먼 "가상화폐, 경제적 약자 비중 커···서브프라임과 유사"
노벨상 크루그먼 "가상화폐, 경제적 약자 비중 커···서브프라임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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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같은 실수 반복···대중보호 실패"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2000년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사이의 불편한 유사성을 보고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세계적인 석학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비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대표적인 가상화폐 회의론자로 꼽힌다. 그는 가상화폐를 다단계 금융 사기인 '폰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주식 투자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층에 속한데다가 대학 학위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비중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격이 급락할 경우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크루그먼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가상자산은 어떻게 새로운 서브프라임이 됐나' 칼럼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는 주식 같은 다른 위험자산의 투자자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밝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을 상대로 판매된 비(非)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주택 시장의 초호황 속에 담보대출의 파생상품으로 돈을 벌려는 은행들은 저신용자에게 이 대출 상품을 무차별적으로 팔았다. 그러나 주택 시장의 버블(거품)이 붕괴되자 이 대출이 무더기로 부실화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주된 원인이 됐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는 (서브프라임과 달리)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지 않는다. 수치(규모)가 그 정도로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가상화폐의 위험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가상화폐의) 취약점에 잘 대처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불평등하게 부과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가상화폐는 폭락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어쩌면 그것은 회복할 것이고, 새로운 고점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으로선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손실을 본 사람이 누구냐"라고 반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5년 전 서브프라임 붕괴 사태의 우려스러운 메아리가 있다"며 "가상화폐 투자자는 주식 같은 다른 위험자산의 투자자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는 부유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들이 중심인 반면 시장조사 기관인 NORC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의 44%는 백인이 아니고, 55%는 대학 학위 미(未)소지자란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NORC는 이 점을 두고 "가상화폐가 좀 더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한 뒤 "하지만 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비슷하게 칭송됐던 시절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단순한 버블이 아닐 수 있고,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회의론자와 반대 방향으로 베팅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 투자자들은 그런 판단을 내릴 대비가 잘된 사람이어야 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위험이 손실에 대비되지 않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불평등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불행히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그게 아니다"라며 "규제 당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때 저질렀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국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금융 상품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많은 취약한 가정이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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